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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굴~’,막장을 마무리하는 방식
MBC 일일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가 지난 6개월간의 방송을 끝냈다. 18일 마지막인 113회에서는 모든 갈등이 예상대로 정리됐다. 마지막회까지 아내 때문에 다투던 신우(박윤재)-진우(이훈) 형제의 갈등이 아내인 영심(신애라)과 혜원(강경헌)이 만월당에 들어가 애프터 서비스(?)를 받음으로써 풀어졌다.

행복해진 만월당 여성들은 만월당의 정신적 지주인 막녀(강부자)의 기일날 마당에 모여 등불에 각자의 소원을 담아 하늘에 띄워 보내며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300년 전통의 김씨 종택 만월당에 사는 청상과부, 홍상과부, 이혼녀, 노처녀, 미혼모가 잃어버린 사랑을되찾고 화려하게 부활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건 따뜻하고 인간적이었다. 고부관계를 친부모자식관계보다 훨씬 더 인간적으로 사랑하는 관계로 그린 것도 보기좋았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서는 며느리를 따라가며 시청할 수 있었다.

또 미혼모 순정(김준형)이 아이를 출산한 사실을 당당하게 대학교에 알리고 홀아비 선배 방진국(이두일)과 커플이 된 것도 예상된 결말이지만 훈훈한 마무리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기위한 장치들은 막장적인 것들이 있었다. 가령, 만월당의 동서 사이인 영심-예원(강경헌)이 서열만 바뀌 퀸스그룹의 며느리로 각각 들어간다든가, 혜자(김보연)의 딸 연정(이하늬)이 직장상사로 만나 사랑하게 된 장비(이승효)의 아버지가 혜자가 40년전부터 알고 지내며 뒤늦게 가족 몰래 사랑을 키워가고있던 석남(이영하)이라는 점 등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남매나 사돈이 되어야 하는 다소 무리한 설정이었다. 현실적으로 위의 두 가지 상황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저녁 일일드라마에서 막장적 희귀 케이스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다.

두 케이스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동서인 영심-예원이 또 한 시집으로 같이 들어가는 게 민망했는지, 시집에서도 시시콜콜한 갈등을 만들어냈다. 예원을 먼저 임신하게 해 임신을 못할 수도 있는 영심을 힘들게 했고, 베게머리 송사로 남자 형제들이 마지막까지 티격태격 다투게 했다. 하지만 두 남자는 술 한잔에 급화해의 수순을 밟았다.

자식들의 사랑과 팽팽하게 맞서며 포기하지 않던 석남과 혜자는 혜자 시어머니인 막녀가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음으로써 입장이 급속도로 바뀌었다. 혜자는 만월당의 종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던 석남과 헤어지며 자식들끼리 결혼하게 했다. 석남도 꽁치잡이 원양어선을 타고 떠났다. 마지막회에서 혜자는 석남의 편지를 받아 애틋한 마음을 간직했다.

이 드라마는 여주인공 오영심이 뜨지 않고 그녀의 시어머니였던 명주(김동주)가 뜨는 특이한 현상이 나왔다. 명주는 둘째 아들 신우와 과부 영심과의 결혼을 끈질기게 반대하고, 툭하면 만월당에 찾아와 상식 이하의 난장판 같은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명주의 입장을 이해한다”거나 “시어머니가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래 혜자 집에서 하던 방앗간에서 일하다 쌀 100가마를 훔쳐 도망친 명주는 그것으로 문회장(김용건)을 퀸스그룹 CEO로 키워냈다. 하지만 무식하고 천박한 졸부 근성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밉상 캐릭터를 김동주는 코믹을 적절히 섞은 노련한 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KBS 주말극 ‘사랑을 믿어요’에서 가부장적인 남편 권기창을 연기하면서도 인기를 끌었던 권해효처럼 김동주도 코믹한 연기로 답답하고 무거운 극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들고 시청률까지 끌어올린 공신이 됐다.

며느리에게 아들 낳으면 금두꺼비, 떡두꺼비를 주는 것도 코믹 연기로 재미를 주었다. 김동주는 과장되지만 유쾌하게 연기하며 진부하고 막되먹은 캐릭터에 사실감을 부여했다. 마지막회에서도 영어학원을 다니며 콩글리시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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