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엽,극단적인 슬픔...그속에서 퍼올린 위안
정엽 음악을 들으면 슬퍼진다. 아니 처연해진다. ‘낫싱베러’나 ‘유 아 마이 레이디’는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슬픔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 슬픔의 극대화는 마음을 정화시켜주기도 한다. 정엽은 이런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생각할까?

“제 노래를 듣고 궁극적으로 우울해지길 바라지는 않는다. 듣는 순간은 슬프지만 나만 슬프지는 않구나, 많은 사람이 슬프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위안 받고, 그 슬픔이 해소되길 바란다.”

정엽은 극단적인 슬픔의 감성만으로 꾸민 음반을 내놨다. 3년 만에 선보인 2집 정규앨범인데,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순차적으로 발매된다. 최근 나온 ‘파트1:미(Me)’에는 5곡을 담았다. 타이틀곡 ‘눈물나’는 가사의 반복 속에 ‘눈물도 안 나와’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른바 ‘애이불비(愛而不悲)’ 정서다. 에누리 없는 비가(悲歌) 후크송이라는 보도자료의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더블 타이틀곡 ‘잘 몰랐었다’는 슬프면서도 힘 있는 보컬로 고급스러운 모던록의 느낌이 난다.



“처음에는 풀 트랙을 내려고 했다. 앨범에 싣지 않은 곡이 2곡 정도는 있다. 하지만 공연과 라디오DJ를 병행하다 보니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 없이 혼자 남은 상태에서 사진을 구성했다. 이번 음반은 혼자 남은 사람의 얘기다.”



정엽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가수다’의 과실을 따먹으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았다. ‘나가수’ 스타들은 그열기를 콘서트와 방송 출연 등으로 이어간다. 음반에는 ‘나가수’에서 부른 노래를 반드시 집어넣는다.

하지만 정엽은 그런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았다. MBC FM4U ‘푸른밤, 정엽입니다’와 정규음반 작업에만 매달렸다. 그래도 그는 ‘나가수’ 최대의 수혜자다.



“ ‘나가수’ 인기를 더 살리고자 하는 욕심은 있었지만 내실이 떨어질까 봐 걱정됐다. 조금 멀리 보자고 생각했다. ‘나가수’ 출연으로 팬층이 넓어졌다. 제 팬은 젊은 사람만 있었는데, 아줌마나 나이 지긋한 분들도 노래를 잘 들었다 하니 기분이 좋다. 관심을 가져 줘 제가 먹고산다. 저는 이를 음악에 재투자하는 사이클로 만들겠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대중가수와 아티스트의 중간에 위치해 있으며, 너무 한 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늘 이것을 고민한다”면서 “대중의 사랑과 이별을 노래로 부르기 때문에 그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도 했다.

정엽은 알앤비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곡이 몇 개 안돼 그렇게 알려졌지만 다양하게 듣는다. 요즘은 포크뮤직을 듣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 나올 ‘파트2’에는 일렉트로니카, 포크록, 깊은 록, 알앤비, 깊은 알앤비 소울 같은 무척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수록될 것이다”고 밝혔다.



정엽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 ‘놀러와’의 이선희 특집에 출연했던 그는“지난번 ‘놀러와’처럼 할 얘기가 있는 경우는 나가지만 일반적으로 예능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면서 “자신이 잘하는 거라면 예능 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김연우 씨가 예능에 자주 출연하는 걸 두고 뭐라고 한다면 그게 더 웃긴다. 이쪽 일은 다 연결된다”고 말했다.

정엽은 사생활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의 특집 코너 ‘여배우들’을 통해 만난 이민정, 박예진 등 몇몇 연예인들과도 친하다. 이에 대해 그는 “굳이 여성에게 인기가 있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잘 생기지 않았지만 현실감 있게 생겼다. 현실과 동떨어진 우월한 외모가 아니라 옆에서 지나치는 사람”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정엽은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1년 넘게 진행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더 잘해야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 키드였고 DJ가 꿈이었다. 그 꿈이 빨리 왔다. 놀랍고 소리 지르고 싶은 정도다. 골든 마우스를 받아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정엽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원종배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영팝스’를 듣고 음악과 친숙해졌다. 친형이 켜둔 라디오를 듣다 이내 음악에 빠져버렸다. 빌보드 차트를 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을 공부하듯이 가르치는 학교 음악시간은 싫어했다고 한다.

정엽은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뮤지션이 등반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장비를 좀 챙겼고, 산중턱도 아니고 정상도 아닌 초입에 들어섰다고 본다”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중턱에 있었으면 한다. 천천히 올라갔으면 좋겠다. 중간에서 물도 마시고, 풍경도 둘러보며 여유있게 느릿느릿 올라가고 싶다. 벼락 인기는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라운아이드소울로 나와 멤버 나얼로 주목받았지만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4년간 활동을 못했다. 그러다 8~9년간 천천히 걸어왔다. 쉽게 타오른 불이 아닌, 은근히 타오른 불이다. 조바심은 없다.”

정엽은 나이가 들면 편안한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하고 싶어 한다. 부담 없이 우울해질 수 있고, 편안히 옛 생각에 빠질 수 있는 음악 말이다. 음악 외에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가구, 빈티지, 소품들을 가지고 목공소에서 직접 제작해 보고 싶다고 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