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海개발업체 30% 할인판매
제값분양 소비자 소요사태
베이징 일부지역 50%폭락
야반도주·자살등 후유증
내년에도 40%하락 전망
외국자본 잇단 매각 철수
글로벌경제 연쇄충격파 우려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지난달 상하이(上海) 자딩(嘉定)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분양사무실. 수십명이 분양업체 직원들을 거세게 밀어붙이며 항위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 사무실의 유리창은 모두 박살나 있다. 부동산개발업체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전격적으로 30% 할인판매에 나서자 초기 계약자들이 집단항의에 나섰고 결국 폭력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다.
한 시위자는 “차액만큼 보상을 하든가, 아니면 전액 환불을 해주든가, 무슨 조치를 취해야할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슷한 시기, 상하이 시 정부 민원실에도 20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아파트 가격급락에 따른 보상을 해달라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베이징 퉁저우(通州) 지역의 아파트 가격도 최고 50%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초기 분양자들과 부동산업체 간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 ‘투기 신화’를 만들어낸 원저우 상인(溫商)들도 부동산 거품붕괴의 직격탄을 맞고있다.
올 들어 원저우 중소기업들이 파산 도미노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부동산시장 침체가 가속화된 최근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원상들의 야반도주, 자살 등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중국 신문을 읽다 보면 ‘거품붕괴’ ‘냉각’ ‘폭락’ ‘경고’와 같은 살벌한 단어가 부쩍 많아졌다.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주택거래량만 줄어들었을 뿐 정부의 규제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가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10월 들어 미분양 적체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부동산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에 나서면서 가격급락의 도미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상반기 대비 가격이 반토막 난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의 주택 가격이 계단식 하락에서 벗어나 낭떠러지처럼 끝없이 폭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주택거래량도 ‘주택거래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9월에 전년보다 70%나 줄어들었다.
일각에선 내년에 대도시의 집값이 4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장웨이(張偉) 지난(濟南)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불필요한 주택수요가 억제되면서 내년 집값은 현재보다 4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외국계 자본까지 철수하고 있어 중국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한다.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운영회사인 블랙스톤은 지난달 말 상하이의 쇼핑몰 채널1의 지분 95%를 14억6000만위안에 매각했다.
신화통신은 다국적 기관투자자들의 중국 철수는 중국 정부의 확고한 부동산시장 조절정책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7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집값이 떨어져도 부동산 가격 억제책은 향후 2~3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의 발언은 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 주장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너무 높다. 미국의 중산층은 열심히 일하면 10년이 안 돼 200㎡ 정도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 절반 크기의 집을 마련하는 데도 30년이 걸린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원인이 부동산 가격이다.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적당히 떨어져야지, 폭락한다면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큰 위협이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현실화될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에 가려 있던 중국의 ‘부동산 경착륙’ 공포가 이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최악의 사태까지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우려는 경계했다.
그렇지만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경착륙 논란은 더 불거질 것이고 불씨도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y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