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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드니 심포니 첫 내한공연, 거장과 거장의 만남
작은 체구의 백발 거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불혹에 접어든 천재 피아니스트의 손길이 건반에 닿았다.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74)가 이끄는 시드니 심포니와 절정의 기교로 좌중을 압도하는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40)이 내한해 1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협연을 펼쳤다.

이번 두 거장의 만남은 시드니 심포니가 한국-오스트레일리아수교 50주년을 맞아 창단 79년만에 한국을 찾으며 성사됐다. 한 때 최정상급 피아니스트였던 아시케나지가 지휘봉을 잡고 키신의 첫 내한 협연이라는 점만으로도 기대를 모은 공연이었다.

아시케나지의 ‘칭찬의 지휘봉’이 악당을 이끌자 이어 키신의 손이 닿은 피아노는 때로는 속삭이고 또 때로는 웅장한 저음으로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등 낭만시대 음악에 정통한 키신답게 이날 그의 연주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두 거장이 빚어낸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한국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키신은 강아지왈츠와 쇼팽의 스케르초 2번, 두번의 앙코르로 화답했고 그의 해석은 섬세했다.

키신은 평소 “왜 쇼팽을 좋아하는지 답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만일 우리가 왜 사랑하는지를 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목적 그 자체다. 내가 만일 90세까지 산다해도 내 대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쇼팽 추종자다. 또 그는 불과 두 살의 나이에 한 번 들은 음을 그대로 재현할 만큼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지만 ‘연습벌레’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연습량을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콩쿠르 입상 없이 열일곱 살에 거장 카라얀에게 발탁돼 세계적인 연주자 반열에 올랐다.

아시케나지는 그랜드슬램 피아니스트로 유명세를 떨쳤다. 세계 3대 피아노 대회로 불리는 차이콥스키(1위)ㆍ퀸엘리자베스(1위)ㆍ쇼팽(2위) 콩쿠르를 석권했다. 이후 지휘자로 변신해 1980년대부터는 러시아의 후기 낭만 레퍼토리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등 수많은 오케스트라곡을 자신의 이름으로 레코딩했다. 체코 필하모닉, NHK 심포니, 로열 필하모닉 등을 거쳐 현재 시드니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아시케나즈는 “천재 피아니스트 키신이 매년 나올 수는 없다. 음악 콩쿠르 또한 맹신할 만한 것은 못 된다” 고 말해 키신의 연주실력을 인정한 바 있다.


<황유진 기자@hyjsound>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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