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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디스커버리> 위기땐 격려, 평소엔 말 아끼는 캐디가 선수를 강하게 한다
우리나라 여자 프로들은 아버지가 캐디를 맡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은 아무래도 딸이다 보니 걱정도 많이 되고, 딸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옆에서 같이 캐디를 봐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폰서사나 다른 시각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오히려 선수의 독립성을 저하시키고, 볼이 안 맞을 때 부담감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그렇다면 좋은 캐디의 요건은 무엇일까. 좋은 캐디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선수가 좋지 않은 상황에 빠졌을 때 선수를 격려하는 것’이다. 5시간 동안 같이 의논해 거리를 체크하고 클럽을 선택하는 것은 캐디의 중요한 능력이자, 의무다. 그러나 그건 소위 주말골퍼들이 캐디들과 할 수 있는 업무에 상응한다.

중요한 건 좋지 않은 상황이 왔을 때다. 선수가 볼이 잘 맞지 않을 때 캐디가 선수와 함께 절망하거나 다그치거나 선수의 화를 돋우게 된다면 사실 캐디로서의 존재감을 망각한 것이나 다름없다. 필요할 때 선수를 격려하는 것은 18홀을 도는 동안 선수에게 의지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는 의미다. 상황에 따라 선수가 화를 내도록 내버려둬야 할 때가 있고, 또 격려가 필요한 상황이 있으며, 아니면 함께 다른 얘기로 긴장을 풀어야 할 때도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캐디를 필요로 할 때 중 하나는 선수가 너무 상황에 집중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잠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골프와 상관없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좋은 캐디가 될 수 있는 두 번째 조건은 바로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다. 말을 아낄 수 있어야 선수가 편하게 얘기할 수 있고, 말을 줄여야 선수가 잘 치든 못 치든 옆에서 동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라고 해도 볼을 못 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캐디나 가족, 코치 등 함께 온 사람들에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그때 결과에 관계없이 옆에서 한결같이 선수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캐디가 해줘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전문 캐디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캐디를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회 때마다 마음에 맞는 캐디를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상위권 선수가 아니고서는 캐디에게 주는 비용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부모님이 캐디를 한다고 해도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캐디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캐디는 선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이미 골프 강국인 우리나라에도 전문 캐디들이 많아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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