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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음악이라는 불치의 바이러스 퍼뜨리고 싶어…”
사이먼 래틀의 가냘픈 지휘봉이 공기를 가르자 무대 위에서 활이 춤추기 시작했다. 현이 빚어내는 음색이 서로 화답하면서 공연은 이어졌다. 지휘자와 연주자가 주고받는 눈빛, 그들의 숨소리마저도 하나의 음표로 변신해 무대를 채웠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은 한국 관객들에게 말러의 열정을 선사했다.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자신을 말라리아(작곡가 말러 애호가들의 별명) 환자에 비유하며 말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저도 ‘말라리아’ 열병을 심하게 앓았죠. 말러가 대중적이지 않을 때부터 열광했어요. 말러는 제가 지휘자가 되게 한 원동력이고 그만큼 제 음악적 DNA에 깊이 새겨져 있는 존재입니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을 통해 작곡가 말러가 가진 엄청난 활력과 호소력, 브루크너의 장엄함을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베를린 필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예술감독 겸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래틀은 2005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로 내한했다. 그는 “간단하다. 한국 관객들이 좋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관객들의 연주에 대한 집중도와 몰입력이 인상깊다고 덧붙였다. 래틀은 또 예술가다운 비유를 덧대 공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말러와 브루크너, 두 작곡가의 교향곡 9번을 레퍼토리에 올렸어요. 16일 연주할 호소카와 도시오의 ‘호른 협주곡’은 마치 연꽃이 피는 순간을 묘사하는 듯한 곡이고 라벨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는 아침에 상큼한 셔벗을 베어먹는 듯한 곡입니다.” 이어 래틀은 자신의 뚜렷한 음악관도 밝혔다. “음악이라는 불치의 바이러스를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음악을 접한 뒤 삶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베를린 필은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디지털 콘서트 홀’, 심야콘서트(Late Night ‘레이트 나이트 콘서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 ‘뮤직 아트’ 등을 통해 다양한 관객층과 만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날 역시 본 공연에 앞서 열린 오픈 리허설에 ‘장애아동음악단체 및 아동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나눔의 음악’을 실천했다.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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