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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렬 “내 개그는 자립개그다”
지상렬 개그가 사는 법

지상렬 개그는 특이하다. 거칠고 날 것 그대로면서 자기만의 표현이지만 비방(非放)용은 아니다. 지금까지 남이 별로 안 하던, 엽기적이며 악취미 토크도 있지만 악의가 없다. 그래서 정통 개그와는 다른 지상렬의 개그에 “이거 뭐지”하며 순간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다가도 이내 적응하게 된다.

가령, 누가 말을 잘하면 “오늘 뇌에서 와이파이 터지는데”라고 말하고, “좋은 일좀 해”라는 걸 “천당에 로그인좀 해봐. 천사될 거야”라고 표현한다. 인터넷에 대해 물어보면 “내가 스티브 잡스야? 왜 그래”라고 반응한다.

정화되지는 않았지만 자신감 있는 개그로 자기비하에서도 벗어나 있는 지상렬은 고정 프로그램이 없는 듯 하지만 한순간도 끊어지지 않고 방송 출연을 이어가며 장기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는 가수다’ ‘세바퀴’ 등에 출연하고 있는 지상렬을 최근 인터뷰했다. 인터뷰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토크로, 그리고 수다로 바뀌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인터뷰를 한 기분이었다.





-지상렬 개그는 뭔가.

“자립개그, 나만의 집이다. 저 펜션은 뭐야, 과연 잘 수 있을까 하고 사람들이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는데 이틀을 자고 나면 괜찮네 할 수 있는 개그다. 옛날에는 거의 다 통편집됐지만 이제는 승률이 높다.”

-하지만 당신의 개그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건전지를 다쓰면 버릴 수 있는데 이를 깨물어서 활용하는 게 박명수다. 나도 비슷하다. 박명수나 나는 살아나야 한다. 바닥까지 떨어져봤다. 나는 완전히 스타는 아니지만 빨주노초파남보 중 한 가지 색깔은 보여주었다. 한 색만을 제대로 보여주어도 된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곤란하다. 야구로 치면 3할 정도 노린다.”



▲지상렬 개그는 자립개그 



-엉성한 콧수염과 뒤엉킨 머리카락, 후줄근한 옷차림이 트레이드마크였는데, 면도도 하고 깔끔해졌다.

“머리는 ‘나는 가수다’에서 (김)건모 형이 그만둘 때 도원결의하는 의미에서 잘랐다. 건모 형이 예능이라 재미있어야 한다며 립스틱을 사오라고 했다. 건모 형이 자진하차하며 제작진에 나의 잔류를 요청했지만 나도 하차하겠다고 했다.”



-버라이어티 예능에 적응하는 데 힘들지 않았나.

“고생이라면 고생이랄 수도 있다. 내가 내비게이션을 찍은 거니까, 그 선택에 고민은 덜했다. 나는 작은 콜럼버스다. 내가 섬을 찾아간 거니까. 다른 사람 때문에 비바람을 맞은 게 아니다. 이제 이런 것도 웃음으로 승화되더라. 박명수가 던지면 한이 있다. 나는 뼈가 있다. ‘니가 내 인생에 왜 깜박이 켜고 들어와’ 이런 것이다. 술 먹을 때 ‘간에다 저금 좀 많이 하세요’라고 했을 때 뭐야 했던 사람들도 요즘은 나를 이해해줘 감사하다. 누구를 해치려는 마음이 없어 이해해주는 것 같다.”





-살아가는 스타일은.

“제 스타일대로 하나하나 벽을 쌓아왔다. 내 나름대로 성을 왜 쌓았는지 설명해드리고 싶다. 지금은 반 정도 쌓았다. 편하고 솔직하게 살면 좋다. 나는 품바다. 인천 송도에는 집이 한 채 있지만, 서울에서는 천(천만원)에 오십 산다(월세가 50만원이라는 뜻). 마음에 천당과 지옥이 있는 거다. 사람들은 스스로 쇠고랑을 채웠다 풀었다 한다. 후배와 술자리를 즐긴다. 개를 좋아하고 낚시를 즐겼다. 나이가 들면서 무서워 회를 못 뜨겠다. 꿈에 나타난다.”





▲“오늘 와이파이 좀 터지는데~”

- ‘나가수’에선 김건모ㆍ임재범ㆍ장혜진 매니저다. 그 얘기좀 해달라.

“(임)재범 형은 처음 보면 친해지지 쉽지 않다. 허들 하나만 넘으면 순수하고 아이같음을 알 수 있다. 무서운 사람이 아니다. 저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가 이해된다. 그런데 그 하나를 넘기는 매우 어렵다. 재범 형은 30만원 벌 때도 마찬가지고, 3억 벌 때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더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데, 못 보여줄까봐 걱정된다. 재범 형이 나에게는 잘해주었다. 나도 최선을 다했다. 나도 가지고 있는 총알을 다 쏘았다. 연예인이 아닌 형이라고 생각하고 모셨다.”



-장혜진은 어떤가.

“깔끔한 사람이다. 도시적이고 차가울 것 같은데 빈 틈이 있다. 그 게 매력이다. 여권의 과거 사진을 든 채 미스코리아처럼 돌아보라고 하면 한다. 그런 게 매력이다. 계산하지 않는다.”

-장혜진 무대는 항상 지상렬과의 포옹으로 끝나는데.

“첫 무대서 누나가 거의 쓰러질 뻔하며 휘청했는데 그걸 잡았다. 따뜻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다.”

-장혜진 남편(강승호)의 반응은.

“승호 형이 아무 말도 안 했다. 형이 그걸 얘기하면 형이 더 이상해진다.”

- ‘나가수’에서 매니저의 역할이 적지 않나.

“연예인이 아닌 형이나 누나로 생각했다. 혜진 누나는 순위가 안 좋아 떨어질 뻔했던 고비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누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불안해하는 누나에게 ‘걱정마라. 내가 어제 금수저와 금밥그릇에 대통령이랑 밥먹는 꿈꿨다’고. 방송에 안 나가도 상관없었다. 내 말만 믿고 무대에 올라가 즐기라는 뜻이다. 내가 건모ㆍ재범 형과 혜진 누나를 모시는데 별로더라는 소리를 들으면 안된다. 그런데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예민해지지 않게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정도다. 그래도 개그맨 매니저가 빠지면 ‘나가수’가 ‘열린음악회’가 된다.”





▲과거는 통편집, 이제는 승률 높은 개그

- ‘세바퀴’에서의 역할은.

“MC 3명이 놓치는 부분, 훅 지나가는 부분을 집어준다. 반듯하게 생긴 게스트면 ‘보건소 위생과에 근무하는 것 같아’하는 식이다. 개그우먼 이경애가 치렁처렁 하고 나오면 ‘누나, 필리핀 영부인이야’라고 한다.”

-조카가 ‘세바퀴’에 나와 당신의 단점을 얘기한 것은 불편하지 않았나.

“더 재미있었다. 큰 형의 딸이 예능작가인데 잘 말한 것 같다. 포장하고 홍보 안 한다. 나는 그런 것 싫어한다.”

-터프한 외모와 달리 인간적이다.

“내 멘트 자체를 남자들은 좋아한다. 여자들은 어우, 더러워 그런다. 여자들과 돼지껍데기집에 갔는데,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더러운 것을 보고 더럽다 하는데, 기분 나쁘지 않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든데, 성장 과정좀.

“인천에서 셋째아들로 태어났고, 부친은 돌아가셨고 모친은 계신다. 아버지가 나를 방목해서 키웠다. 공부는 못해도 된다, 남에게 해코지는 말아라, 의리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지에게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다.”

-tvN ‘리얼 키즈 스토리 레인보우’의 선생님으로 잘 어울린다. 본래 아이들을 좋아하나.

“아이들을 안 좋아하면 할 수 없다. 10명을 데리고 10시간 촬영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딴생각 하면 다 흩어진다. 내 삶의 필터 역할을 해준다. 좀더 잘살아야겠다, 효도해야겠다 등 아이들에게 배울 게 많더라. 어른들에게는 오히려 무뎌지더라. 아이들에게는 순간순간 밀려오는 게 있다. 9개월 돼 아이들과 정이 들었다. 이제 아이들도 학교도 가야할텐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내 고향 인천 신포동, 이 동네가 죽었다. 30~70대는 추억이 있다. 이곳에 놀이터를 만들겠다. 추억을 살리고 싶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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