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예금금리가 두달째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기준금리는 5개월째 그대로인데 예금금리가 떨어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과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5개월째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은행권의 예금금리는 7월 이후 두달 연속 떨어졌다. 예금금리와 반대로 대출금리(가계)는 7월 5.46%에서 꾸준히 올라 9월에는 5.66%로 집계됐다. 표면적으로는 기준금리 동결이 예금금리를 내리고 대출금리를 올리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기준금리가 변한 것도 아닌 데, 왜 금리는 소비자들한테 불리한 방향으로만 움직였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동성 수급 상황이 영향을 미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에 따라 단기금리가 움직이고 단기금리에 따라 은행권의 여ㆍ수신금리가 결정된다"면서 "지금은 기준금리보다 시장의 유동성 상황, 대내외 불확실성 등에 따른 변동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즉 경기가 불안해지면서 안정성이 높은 은행권에 꾸준히 자금이 몰려드는 반면 각 은행들은 이 돈을 굴릴 곳이 없어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굳이 고금리로 예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여유가 있는 반면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을 억제하면서 자금을 운용할 곳이 없다"면서 "예금금리를 올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자금담당 관계자도 "은행으로 들어온 자금이 나가지 않고 있다"면서 "예대율도 낮은데다 연말 수익성 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은행들이 무리하게 (예금)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예금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앞으로는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모두 흔들리면서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기준금리 동결로 예금금리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인상 요인보다 인하 요인이 더 많다"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동결이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한은 금통위가 ‘금리 인상 시기를 끝났다’는 시그널을 준다면 예금금리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기준금리보다 국고채 등 장기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출금리는 지금이 최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고채 금리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더 떨어질 여지가 없다"면서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기간 금융불안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대출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대출금리에 일종의 신용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금자들이 경기불안기에 안정성에 방점을 두고 자산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고제리 산은경제연구소 과장은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고금리 상품을 찾기보다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움직여야 한다"면서 "수익을 원하는 예금자는 우량 회사채 등에 큰 비중을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gowit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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