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1인당 운용규모가 세계 주요 국부펀드 가운데 가장 높아 효율적인 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원도 전액 외환보유액에 의존하고 있어 ‘국부자산의 운용’이라는 정책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14일 기획재정부가 한국자본시장연구원에 발주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국부펀드 발전방향의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KIC의 총 자산운용규모는 458억달러인 반면 인력은 95명으로 1인당 자산운용규모가 4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미국, 중국 등 대국을 제외하고 우리와 운용규모가 비슷하거나 적은 국부펀드들 가운데에서는 유독 높은 수치다.
570억달러를 운용하는 카타르의 QIC의 경우는 1인당 자산운용규모가 1억1000만달러 , 싱가포르의 GIC도 2억2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호주의 Future Fund 정도만이 KIC보다 1인당 운용규모가 높았는데, 80%이상을 위탁방식에 의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KIC는 직접투자 비중이 높고(72%), 대체 자산 투자 비중도 늘고 있어 현 인원으로는 효율적인 자산운용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어 전문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KIC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오히려 정원감축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KIC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당초 설립 목적은 ‘외환보유액 및 공공기금의 효율적 운용’에 있지만, 현재 KIC는 기금운영재원을 전액 외환보유액에 의존하고 있다. 보고서는 “공공연기금등으로부터 자산위탁실적이 전혀없어 설립취지와 달리 KIC의 역할이 외환보유액의 운용수익률 제고에만 국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처럼 공공연기금 및 재정잉여자금 등 다양한 국부자산을 KIC 위탁하고, KIC를 국부자산의 해외투자 중심축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봤다. 현재 KIC외에 국민연금이 40조원를, 우정사업본부가 6조6000억원, 사학연금기금이 4300억원 등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들의 경우 체계적인 해외투자 포트폴리오의 자체 운용능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KIC에 위탁운용할 경우 구국부 자산운용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해외 위탁 운용사에 대한 수수료 절감, 국가정책적 목표달성 등의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봤다. 또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교역액,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KIC의 운용규모를 단계적으로 1000억 달러 선까지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5년 400억 달러 규모로 출범한 KIC는 설립초기 적은 규모에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고전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수익률이 흑자로 전환되면서,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25.14%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