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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조한 “이번 노래는 밥과 찌개만 남은 발라드”
김조한(38)은 한국에 R&B 발라드를 이입시킨 가수다. 정재윤 이준 김조한이 솔리드라는 이름으로 1995년 발표했던 ‘이 밤의 끝을 잡고’가 한국에 R&B의 물꼬를 튼 노래다.

김조한은 1997년 솔리드 해체 후 솔로로 독립해서도 대한민국 최고의 감성 보컬리스트로 자리를 잡았다. 거의 방송 출연을 하지 않고 음반 발표와 공연으로만 활동했기에 대중성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나는 가수다’를 통해 그의 음악은 재조명됐다. 그는 “지금은 R&B를 하는 후배들이 많지만 한국에서 R&B 선구자는 솔리드의 정재윤이다. 지금도 대만에서 최고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이 사람으로 인해 음악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조한이 최근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히트곡 제조기 윤일상이 오직 김조한만을 위해 작곡한 타이틀곡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평소 김조한에게 들을 수 없었던 독백과 같은 가사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바이브레이션이 깊었고 꺾고 지르는 창법에도 두루 능했던 그의 음악 스타일이 이번엔 어떻게 변했을까?



그는 “이번에는 솔직하게 했다. 아무것도 안 들어가 있다. 리얼리티다. 지금 느낌에 맞는 그런 음악이다”라면서 “혼자 음악을 하니까 나이가 든지 몰랐다. 20대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노래를 불렀더니 힘이 빠지고 애드립이 적어졌다. 그래서 내가 나이가 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렴구가 인상적인 두 번째 트랙의 ‘죽을 만큼 사랑해’는 김조한 특유의 섬세한 보이스가 돋보이는 곡으로, 김조한이 작곡하고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양재선이 작사에 참여해 변함없는 호흡을 과시했다.

“그전에는 오버프로듀싱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메이킹을 별로 안 했고 목소리만 나올 수 있었다. 반찬이 수없이 많았던 밥상에서 중복되는 반찬을 하나로 통일해 제일 중요한 메뉴인 밥과 찌개만 남았다. 물 흐르듯 흘러가 보자는 의도였다.”

신보에는 이 밖에도 디지털 싱글로 선공개돼 화제가 됐던 ‘그대 나만큼은’도 수록됐다. 최근 김조한의 단독 콘서트에서 선보여 큰 반응을 얻었던 리메이크 곡 ‘아름다운 이별’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신나는 댄스 리믹스 버전으로 재편곡돼 이번 앨범의 대중성을 더했다.



김조한은 음악의 원천이 R&B와 R&B 소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R&B를 좋아했던 음악적 역사는 없다. 내가 힙합, R&B를 좋아하다 보니 이들과 섞인 발라드가 됐다”면서 “솔리드 시절 한국말을 잘 못하고 음악으로 새 그림을 그리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오지 못했고, 이제는 ‘김조한은 이런 가수다’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조한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대중적인 가수가 됐다. 솔로 활동 후 처음으로 돌고 있는 전국투어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세대가 찾아들고 있다.

“‘나가수’에서는 내가 안 불렀던 노래를 꾸밈없이 부르게 됐다. 6개월 준비해 부른 음반 타이틀곡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게 되고, 제가 좋아하는 노래도 있다. 나가수에서 불렀던 ‘세월이 가면’은 내가 모르던 곡이었다. 나에게는 숨어 있던 명곡이었다.”

하지만 김조한은 “나가수 10주차에 탈락해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잘 불렀던 날 점수가 잘 안 나오고, 잘 못 불렀던 날 잘 나온 적도 있었다. 나가수에 어울리는 가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지를 줄 알아야 한다. 조용한 가수가 라이브에서 자극을 시킬 수 있으면 유리하다. 하지만 지금은 나가수에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조한은 “정말로 아쉬운 것은 나가수가 경연이어서 즐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중에 호주공연에서는 놀았지만 경연 내내 즐기지 못했다”면서 “발라드의 슬픔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슬픔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인간은 외로움이 있는 거구나, 그러면서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하고 감사하게 된다. 그렇지 못하니까 내가 왜 이러지 하고 비관적으로 되고 우울증에 걸리는 거다. 나는 감성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 남들보다 감성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현과 처지가 비슷했다. 초기 한국어를 잘 못했고 R&B 발라드를 잘 부른다는 점이 공통점이었다. 박정현은 연예계에서 사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동료 선후배로 김조한 한 사람밖에 없다고 했다.

“박정현은 지금도 때가 조금도 안 묻었다. 그래서 박정현을 좋아하게 된다. 친한 동생이다. 하지만 친해지는 데 몇 년 걸렸다. 만나다 보니 서로 은근히 비슷했다. 지금은 정현이가 CF 촬영이다 뭐다 해서 너무 바빠 콘서트 게스트로 모시기도 힘들다. 함께 밥 먹은 지도 꽤 됐다.”

김조한은 박정현에 대해 할 이야기가 더 있었다. “정현이를 1998년에 처음 만나 2000년부터 친해졌다. 남자들이 참 바보 같다. 정현이가 낯은 가리지만 남자들이 만나보면 모두 좋아할 것이다. 모범생에 프로페셔널이다. 머리가 좋다. ‘나가수’에서 처음 들어봤던 노래 가사를 모두 외워 노래를 성공시킨다. 열심히 노래하면서도 곡 쓰고 가사 쓰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같이 다니면 콤플렉스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김조한은 “먹는 것에 비하면 살이 좀 더 찌는 체질”이라며 “운동을 해 살을 좀 더 빼고 체력도 비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체력 비축은 공연을 열심히 하기 위함이다. 공연에서는 R&B 외에도 발라드, 펑키, 랩, 21단계 꺾기, 비트박스 등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아이돌 가수들의 보컬을 지도했던 그는 곧 소울패밀리 보컬 아카데미를 열 계획이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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