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재정위기 국가 선례로 본 4대 극복방법과 시사점’
① 허리띠 졸라매기1947년 英 부채비율 255%
30년 걸쳐 복지재정 축소
② 인위적 인플레이션
명목GDP늘어 부채감소 효과
양적완화 단행 쉽진 않아
③ 국가부도 선언
2001년 아르헨 빚 줄였지만
국제 금융시장서‘ 고립된 섬’
④ 경제성장
대공황기 美 사례가 유일
“2차세계대전 특수 누린것”
국가부도. 엄청나게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국가부도가 목전에 달해도 다 사는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지난 수십년간 수십번의 부도를(금융위기)를 맞은 나라들이 있다. 하지만 멸망했다는 곳은 하나도 없다. 단지 사는 게 달라졌을 뿐이다. 국가부도를 헤쳐나가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다.
세계 최고 권위의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해 1월 ‘글로벌 신용버블과 경제적 상관관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역사적으로 재정위기를 겪은 나라들이 이를 극복한 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도 이미 ‘유동성 리스크(liquidity risk)’에서 ‘지급불능 리스크(insolvency risk)’로 이동 중인 것으로 본다. 국가부도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맥킨지의 보고서를 통해 본다면 지금 이탈이라와 그리스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밖에 없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부채가 많은 42개 나라 중 32개국이 금융위기를 맞았다.
이들 나라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다. ▷허리띠 졸라매기(belt tightening) ▷인위적 고물가(high inflation) ▷국가부도(default) ▷경제 성장 등 4가지 길을 통해 부채를 줄였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을 25% 정도 줄이는 데 걸린 기간은 6~7년이었으며, 위기가 시작되고 2~3년 동안은 급격한 경기침체를 겪다가 4~5년 후부터 서서히 경제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재정위기를 맞은 국가들이 가장 먼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긴축(허리띠 졸라매기)이다. 과도한 복지재정을 축소해 국민들에게 고통을 감내토록 요구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7년 영국의 국가 채무비율은 255%에 달했다. 그 후 영국은 허리띠 졸라매기로 무려 30년에 걸쳐 부채비율을 줄여 1980년에는 45%까지 떨어뜨렸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1948~1980년까지 평균 2.6%로 같은 기간 미국(3.7%)보다 낮은 저성장을 감내해야 했다.
최근 이탈리아는 공공자산 매각과 연금 지급 시기 연기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 개혁안의 국회 승인 문제로 총리가 물러날 정도의 격변을 경험 중이다.
다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방법이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명목GDP가 늘어 국가부채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유로존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방법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돈을 찍어 시중에 뿌리는 양적완화를 단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어서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셋째, 경제 성장으로 조세수입을 늘려 부채를 줄이는 길이 있다. 하지만 긴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맥킨지가 조사한 42건의 사례 중 성장을 통해 부채를 해결한 나라는 1930년대 대공황을 맞은 미국이 1938~1942년에 성장을 통해 부채를 줄인 사례밖에 없었다. 맥킨지는 “당시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 따른 특수를 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디폴트 선언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선언을 한 이후 141%였던 국가 부채비율을 2008년에 45%까지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 후 아르헨티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고립된 섬’이 돼 버렸다.
이밖에 자국의 통화가치를 높여 부채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유로존에 묶여 있는 이탈리아 그리스 등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유로존을 탈퇴하면 가능하다.
결국 부채를 줄이는 4가지 방법 중 이탈리아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허리띠 졸라매기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이탈리아는 막대한 국가 부채비율(120%), 저성장, 정정불안 등으로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탈리아의 경우 국가부채 규모는 크지만 재정 및 경상수지, 국민소득 수준 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하지만 위험요인으로 지적되는 사항들이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힘들어 시장의 불안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