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태에 대한 증권가의 우려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가 유럽 재정 위기의 핵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증권 전문가들은 유럽내 경제규모 3~4위 수준인 이탈리아의 구제 금융 신청 시 글로벌 금융 시장의 충격은 리먼사태에 버금가는 수준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옵션만기일의 영향은 제한적이나 이탈리아의 부도 위기 고조로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지는 등 급락세다. 다만 국제 공조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것이란 기대로 1차 지지선은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800선으로 제시됐다.
9일(현지시각)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7.57%까지 치솟았다. 유로화 출범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탈리아의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디폴트스왑(CDS) 역시 전고점 수준에 육박, 상승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에선 이탈리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까진 가지 않는다고 해도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현실화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 등 현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들은 거센 긴축 반대 여론과 낮은 무역 개방도, 취약한 제조업 기반 등으로 재정긴축과 환율절하에 따른 경상수지 개선을 통한 자체 위기 극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연구원은 “이탈리아는 경제 규모 면에서 유럽내 3~4위 수준인데다 부채규모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이탈리아의 구제 금융에 따른 충격은 글로벌 위기의 재연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는 내년 1분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원금과 이자만 1700억유로에 달해 현재 조성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규모로는 충분히 지원할 수 없다. 만약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면 제2의 리먼 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 수습을 위한 이탈리아 정치권의 빠른 대처와 EFSF 자본확충 등 적극적인 국제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도 당분간 출렁임이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또한번 변동성에 노출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다만 역발상적 관점에서 가장 민감한 뇌관을 건드렸기 때문에 유럽 재정위기의 해결책을 앞당겨 이번 반등폭의 50%를 되돌리는 1800선 내외에서 1차 지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책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유럽연합(EU)재무장관 회의는 이달말에나 열리는 등 빠른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워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로까지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외국인의 매수세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김영화 기자@kimy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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