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사퇴 이어 伊 총리도 사의 표명 했지만…
세수보다 더많은 재정지출과도한 국채발행 부메랑
근로자해고 요건 완화 등
복지 후유증 국민고통으로
환란때 금모으기 등 동참
한국 반면교사 모델로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도 정권이 넘어졌다. 혼란이 이들 국가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쓰러지며 물러나는 국가수반들이 국민에게 내민 것은 고통분담 요구서(긴축재정안)다. 시장은 환영했다. 정정이 불안해지는데 주가는 오른다. 해결책의 시작으로 본다는 의미다. 결국 국민들이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들이 변하지 않으면 국가 부도는 피할 수 없다. IMF 당시 고통 속에 금융위기를 넘긴 한국의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로존 위기 국가들의 공통점은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다. 정부는 조세수입보다 더 많은 재정지출을 했고, 가계는 소득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해온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돈이 필요해지자 국채 발행을 늘렸고, 생산보다는 과잉복지를 향유하고 과잉소비로 여유자금이 없어진 민간이 이를 소화할 능력을 상실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국채를 내다 팔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관련기사 3면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제출하려 했던 15쪽 분량의 의향서가 의회를 통과하면 사임하겠다고 9일 밝혔다. 이 의향서에는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2026년부터 67세 이상으로 높이고 공공 부문과 기업의 근로자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전면적인 개혁 조항을 담고 있다. 핵심은 자국민에게 엄청난 고통 감내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이런 개혁 조치가 순조롭게 추진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게 유럽 위기국들의 현실이다. 자국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막혀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로존 위기국이 직면한 ‘정치 리스크(Political risk)’다.
위기가 닥쳤을 때 부각되는 정치 리스크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국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중요한 판단기준 중 하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이 똘똥 뭉쳐 위기를 극복했던 한국의 사례가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의 위기 때도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정치 리스크 항목에 높은 점수를 매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재 유로존이 직면한 재정위기는 단순히 자국민들의 고통 감내만을 요구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출을 줄이는 대신 그만큼 소득도 늘려야 만성적인 재정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위기국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경상수지를 흑자로 돌리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가능하다.
독일을 제외하고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1998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어 2000년대 초중반에 적자로 반전됐다.
특히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은 1998년을 전후로 적자 폭이 더욱 확대돼왔다.
지난 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미국, 유로존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수출로 돈을 축적해온 경상수지 흑자국을 향해 내수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 것은 재정위기의 근본 처방이 결국 경상수지 적자에서 흑자구조로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일 외에 대안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적자국들의 이런 요구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기를 쓰고 경상수지 흑자에 매달려온 우리나라로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제 전문가들은 흑자국의 내수 확대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이를 통해 당장 세계경제의 불안을 해소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또 우리나라와 같은 흑자국들이 내수 확대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수출 둔화로 심각한 경기침체를 맛본 이후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결국 적자국들의 위기 극복 과정이 흑자국에는 또 다른 시련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