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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전원명당-41)지명으로 본 최고의 전원 터는 ‘무릉도원’?
전원생활을 하기에 좋은 최고의 명당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닐까? 산과 물 등 자연풍광이 매우 아름답고 토지가 비옥하며 사람들이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 다른 말로 하면 ‘이상향’, ‘별천지’, ‘낙원’, ‘별세계’다. 풍수지리사상이 배어있는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이 무릉도원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무릉리와 도원리가 그 곳이다.

귀농 및 귀촌, 즉 전원생활 터로 많이 찾는 강원도와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는 무릉리와 도원리라는 지명을 가진 마을들이 있다. 특히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과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에는 무릉리와 도원리가 함께 접해 있어 눈길을 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도원리는 마을복판에 무릉원이란 비가 있다. 중국 무릉도원의 이름을 따서 도원이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도원리는 속리산국립공원이 인근인 데다 괴산의 젖줄인 달천을 끼고 있어 지금도 전원주택지로 관심을 모으는 곳이다. 이 도원리 위로 무릉리가 접해있지만, 달천에서 다소 멀고 오지 분위기가 강하다. 옛날에는 무릉리와 도원리가 한 마을이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처럼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에 가면 무릉리와 도원리가 함께 만날 수 있다. 영월 무릉리는 태기산과 백덕산에서 내리는 맑은 계곡이 요선암과 어우러져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도원리는 중심마을이 안도내로 땅이 기름지고 논이 많다. 이외 자연마을로는 가매월, 엄둔, 양지말, 상터, 섬안이 등이 있다.

영월 무릉리와 도원리에는 이색적인 바위가 있다. 무릉리 설구산 아래‘영월 신랑바위’는 신랑이 사모관대를 하고 서 있는 형상이다. 건너편의 도원리에는 새색시가 족두리를 쓴 형상이라 하여 각시바위라 한다. 이 두 바위는 주천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그 사이에는 꽃바위라 불리는 바위도 있다

영월에 접한 정선군 남면에도 무릉리가 있다. 가을 억새풀이 장관인 민둥산(1118m) 자락에 들어선 무릉리는 해발 4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자연마을 가운데 자뭇골은 주목이 많이 자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의 무릉도원 유래처럼, 냇물을 따라 떠내려 오는 복숭아꽃을 보고 옛 선비들이 인가가 있다고 생각해 하천을 따라 올라가 자리 잡은 이곳이 바로 무릉리다. 삼한시대부터 문인들이 이곳에 모여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원명당을 가리키는 무릉리라는 지명은 특히 경상도에 많다. 경상북도 안동시 남후면 무릉리는 넓은 들에 위치하고 있으며 미천(안망천)이 흘러 낙동강으로 들어간다. 경상북도 상주시 은척면 무릉리는 칠봉산 앞의 구릉성 평지에 자리한 마을로, 낙동강의 지류가 휘감아 흐른다.

또 경상남도 함안군 칠서면과 거창군 남하면에도 하천이 흐르는 평지에 무릉리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 경남 밀양시 단장면에는 산촌마을 무릉리가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는 도원리는 사라지고 무릉리(대정읍)만 남아있다. 이곳은 읍 서부지역의 중심지로 해안 및 중산간을 광범위하게 포용하고 있는 마을이다. 1654년(효종) 대정현감으로 부임한 변만향이 둔포리(현 신도리의 옛 이름)의 부락명이 좋지 않다 하여 도원리로 개칭하자, 이웃마을인 이곳도 옛 중국고사에 나오는 무릉도원의 머리글자를 따서 무릉리로 개칭했다고 전해진다.

괴산군 청천면 도원리 전경

역시 전원명당을 뜻하는 지명인 도원리는 유독 충청권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충청북도 보은군 내북면 도원리는 지대가 중국의 무릉도원과 같이 그윽하다 하여 도원이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자연마을로는 점말, 방아골 등이 있다. 술바위라는 바위는 바위에서 술이 나왔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충청북도 청원군에는 특이하게도 도원리가 두 곳이나 있다. 내수읍 도원리는 대부분 낮은 구릉지로 이뤄졌으며 덕암천이 관류한다. 문의면 도원리는 중산간 지역으로, 서쪽에는 품곡천이 남류하며 관죽골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충청남도에는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에 도원리가 있는데, 대부분의 지역이 낮은 산지와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서쪽으로 광기천이 흐르며 이 하천을 따라 농지가 길게 분포한다. 같은 충청남도 당진군 송악읍에도 도원리라는 마을이 있다.

수도권에서는 유일하게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에 도원리가 있다. 중국의 무릉도원과 같이 풍광이 유수하여 도원이라 칭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마을의 바위에는 무릉도원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지난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성재리, 풍류산, 풍수원을 합쳐 도원리가 되었다. 자연마을 승지골은 도원리에서 으뜸 되는 마을로, 예전에 영남 선생 문하에서 많은 인재가 배출되어 지어진 지명이라고 한다.

이밖에 경상북도 의성군 봉양면에 도원리가 있다. 북쪽으로 쌍계천과 만나는 모선천이 흐른다.

그럼 그 많은 무릉리와 도원리는 현재 과연 그 이름값을 할까? 이에 대한 답은 ‘글쎄?’다. 전원명당을 칭하는 이름을 처음 얻은 당시와는 달리 이후 각종 개발과 마을의 진화과정에서 무릉도원에 걸맞은 이미지가 퇴색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괴산군 청천면의 무릉리와 도원리만 비교해 보더라도 꽤 차이가 있다. 현지의 한 중개업자는 “속리산국립공원을 배경으로 달천을 낀 도원리는 아직도 그 이름값을 하는 반면, 무릉리는 무릉교에서 진입하는 일부 도로가 비포장인 데다 거대한 골재 채취장도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어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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