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한국신용등급 전망 상향…의미와 전망
주요 선진국 줄하향조정 속유일하게 등급전망 올라
무디스·S&P 내년평가에도
긍정적 영향 가능성
재정건전성 양호 판단엔
“실제 채무 더 많다” 반론도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의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 전망 상향조정이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향후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주요 선진국들의 국가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조정되는 상황에서 A등급 이상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등급 전망이 올라간 것이어서 다른 평가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걸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피치는 지난 7일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조정했다. 등급 전망이 올라가면 약 1년 후에 신용등급 상향으로 연결되는 게 보통이다. 지난 1997년 11월 외환위기 당시 피치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렸다. 그후 우리나라는 AA 레벨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피치의 발표가 S&P와 무디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곧바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평가사마다 분석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3개 평가사가 한 국가를 두고 완전히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는 일은 드물고, 최근 무디스와 S&P도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낸 점을 고려하면 신용등급의 연쇄 상향조정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게 정부는 물론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무디스의 톰 번 아시아ㆍ중동 부사장은 지난 9월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 강연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S&P도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경제 상황 때문에 한국의 신용등급이 햐향조정될 일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S&P와는 지난 10월에, 무디스와는 지난 5월에 연례협의를 마쳤다. S&P는 다음달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A) 유지 여부를 발표한다. 무디스는 현행 등급(A1)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치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조정한 이유로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대외건전성, 경제의 빠른 회복력 등을 제시했다. 피치는 특히 재정수지ㆍ국가채무 등 현재의 재정건전성 기조를 유지할 경우 등급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1%이며 2014년에는 31.8%로 떨어진다. 이는 2010년 기준 선진국 평균(98.1%)은 물론 개도국 평균(40.9%)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재정부가 산정한 국가채무 비율은 OECD 기준에 따른 것이지만, 공기업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국가채무’는 정부추계보다 훨씬 크다는 주장도 많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국가채무에 대한 내외 공표 수치를 부정해선 안 되겠지만, 대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양호하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