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까. 최근 3년 불황과 침체에 허덕인 부동산 시장의 내년 전망이 초미의 관심사다.
내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건설업계나 거래를 통해 숨통을 터야 하는 투자자, 전ㆍ월세난에 화상을 입은 임차인 등 시장 참여자 모두가 내년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부동산 소비심리지수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전세 가격 상승, 공급물량 감소 등 시장 호재가 없지는 않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내년 하반기 회복을 예상하며 전세 가격 5% 상승을 내다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전세금 상승폭 12.5%(추정치)가 지난해 7.1%보다는 낮지만, 임대 수요 증가로 전ㆍ월세 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같은 이유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최근 주택 시장 특징과 시장 회복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학군 및 이주 수요가 몰리는 내년 초를 기점으로 전세 시장이 완화될 것이나 여전히 오름세를 유지하며 4분기부터 가격 상승 국면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역시 연말이나 내년 초 바닥세를 벗어나 상승 국면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민간 연구소들의 이 같은 전망은 시장 악재가 잘 마무리되고 호재가 큰 힘을 발휘할 때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 시장은 세계 경제 불안, 선거, 수급 불안 등 3대 변수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예컨대 하반기 불거진 유럽발 금융위기 및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지구촌 위기 국면은 자산 시장을 변화무쌍하게 만들고 있다. 주가가 하루에도 수십포인트씩 오르락내리락하는 냉온탕식 투자 분위기가 연출되듯이 부동산 자산 시장 역시 갈수록 리스크 자산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자산의 77% 정도가 부동산에 쏠려 있는 우리의 경우 이 같은 불안장세는 ‘확대 투자’보다 오히려 비중을 낮추는 ‘축소 매도’ 성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대선 및 총선 역시 과거와 달리 긍정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
공약이 개발보다 복지 위주 정책들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더구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듯이 젊은 층의 표밭 성향이 진보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확산돼 가는 삽질경제에 대한 혐오감 등은 건설ㆍ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급 문제는 더욱 난망하다.
최근 4년간 분양물량이 22만가구 수준으로, 이전 수준보다 27% 정도가 감소한 물량이다. 재고 시장이 줄어들고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현재 우리 주택 시장은 총량적 주택 부족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수급 불일치 문제가 아니라 1인가구 급증 등 수요 변화에 맞춤형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전ㆍ월세난 등의 불안 요인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를 넘어가도 예전처럼 매매 시장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소형 시장만 움직이고 중대형 시장이 잠자고 있는 것도 시장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다.
지방과 수도권이 따로 놀고 20% 이상 빠진 강남권 아파트가 미동도 하지 않는 것 모두가 같은 이유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 부동산 시장을 암울하게 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전세제도가 보호막이 돼 투매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전망을 감안하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
수요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개편과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 임대 공급을 높이고, 출구 속도를 조절하는 문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의 목표를 전면 수정해 시장 혼란을 방지하고 임대 중심 전환 등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과 지방권의 획일화된 규제를 특성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과감한 지방 이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급자와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경기 회복 기대보다 시장에 수긍하는 상품 개발, 투자가 내년에도 최우선이다.
인구의 흡인력과 변화하는 수요층의 트렌드를 좇는 상품 개발과 알짜 자산 중심의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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