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주 충격 일단락
주가 향방은 아직 오리무중
LG전자의 유상증자로 ‘쓰나미’급 충격을 입었던 LG그룹주가 하루 만에 정상을 회복했다. 악재 노출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와 증자를 통한 LG전자의 투자확대 기대 때문이다. LG전자를 비롯, 불똥이 튄 지주사 (주)LG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계열사들의 주가는 이미 바닥권이어서 LG전자의 추가하락 폭도 제한적일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 3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1조62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이를 미리 감지한 시장에서는 LG그룹주에 대한 매물이 쏟아지며 하루에만 4조3000억원가량의 그룹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4일 주가는 안정됐지만 유증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분을 반영해 LG전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가와 투자의견 하향이 이어졌다.
노무라증권은 “유증이 내년 이후 사업 전망과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유증에 따른 기업가치 희석분을 반영해 LG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하고, 목표가도 10만1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낮췄다.
김종완 삼성증권 연구원도 LG전자에 대해 “유증에 따른 주당순자산가치(BPS) 하락에 따라 목표가를 26% 하향조정하고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린다. 이번 증자를 통한 투자 확대의 효과는 중장기적인 반면, 주력사업의 경쟁력 저하는 현재진행형이어서 우려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LG그룹 전자계열 3사와 (주)LG의 현 주가 수준은 이미 LG전자 유증 우려를 충분히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연구원도 “빠른 주가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추가하락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주)LG, LG디스플레이 등에 대해선 유증 우려가 걷히면 다시 펀더멘털로 관심이 돌아올 것인 만큼, 저가 매수 시기를 저울질할 때란 의견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러한 낙관론은 LG전자의 이번 유상증자 목적이 회사 측 주장대로 순전히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에 있고, 시장 일각의 우려와 달리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다른 계열사의 추가 유증이 없을 것이란 전제 아래서다.
LG전자 지분 34.8%를 보유, 유증 참여가 예상되는 (주)LG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자산총계는 7조4914억원, 부채총계는 374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5%에 불과하다. 상반기 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352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605억원에 비해 4배가량 늘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LG는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증자 참여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LG화학, LG생활건강 등의 양호한 실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질적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