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과 합계 1조 돌파
남미·동남아등 영업망 장점
높은 수익률도 한몫
주식형 펀드로 일약 국내 대표 금융투자그룹으로 일어선 미래에셋이 최근 채권에 승부수를 걸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연초 이후 주식형 펀드에서의 계속되는 자금 이탈에도, 채권형 펀드에서 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상반기 첫 출시한 브라질국채로만 5000억원 이상의 판매액을 올렸다. 운용과 증권의 올해 채권 부문 판매액만 1조원이 넘는다. 올 초 일찌감치 주식 시장 약세를 예상한 박현주 회장의 전망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4일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연초 이후 해외채권형 펀드 설정액 증가 규모는 6802억원으로, 해외채권형 펀드 운용사 15개 가운데 1위다. 2위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의 3449억원보다 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국내채권형 펀드에선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연초 이후 설정액이 883억원 증가해, 전체 31개 국내채권형 펀드 운용사 가운데 2위다. 1위는 1072억원이 증가한 PCA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의 채권 부문 강세는 높은 수익률이 뒷받침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의 국내채권형과 해외채권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12%와 3.85%로, 각각 3위다. 미래에셋맵스운용도 국내채권형 펀드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3.76%로, 4위에 올라 있다. 남미, 동남아, 북미 등 해외 진출에 가장 앞서 있다는 인식도 해외채권형 펀드 강세의 주요 요인이다.
국내주식형 펀드도 적극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보다 시장 수익을 따르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전략에 무게가 실려 전반적으로 ‘유사채권적’ 성격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운용뿐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월 월지급식 브라질국채 신탁상품을 출시해 6개월 만에 5212억원(10월 말 기준)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연 9% 수준의 높은 기대 수익률에 한국ㆍ브라질의 조세 협약에 따라 이자 소득 및 환차익에 비과세가 된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은 브라질국채에 이어 3일부터 호주 주정부채권 판매를 개시했고 이달 중순부터는 인도네시아국채도 판매할 예정이다.
호주는 국가 신용등급 ‘AAA’(S&P 기준)로, 세계에서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의 높은 상황에서 호주 주정부채권에 투자함으로써 국내 예금이자율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연 4~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미래에셋 측의 설명이다.
물론 채권이자율과 별도로 해외채권 투자 시 가장 중요한 변동 요인은 환율이다. 호주가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가인 만큼 향후 글로벌 경기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채권이자율과 환차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철기 산은자산운용 해외투자팀장은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과 호주달러/달러 환율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만큼 양쪽 모두 헤지를 안 한 경우 환에 따른 초과 수익이나 손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