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도 자체 재개발 원해
사업장기화 전망 힘얻으며
실망매물 늘고 가격 하락
난항을 겪던 압구정 재건축의 향방이 박원순 서울 시장 취임 이후 더욱 불투명해졌다. 박시장이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해 온데다 실제로 여의도 구역 주민들에겐 정비계획안 공람 철회를 약속하는 등 오세훈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던 ‘한강 르네상스’ 정책의 전면 손질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시장엔 벌써부터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동시에 ‘실망 호가’가 시세를 주도하고 있다. 압구정동 A공인 관계자는 “214㎡형의 시세가 26억~28억원 선으로 선거 이전보다 1억원 가량 떨어지는 등 가격을 낮춘 물건들이 몇건 나왔다”면서 “앞으로 10년을 더 걸릴 걸로 보여 재건축만 바라던 투자자들은 적잖이 힘이 빠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압구정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 계획안’을 발표하고 지난달 30일까지 주민설명회와 열람공고 절차를 마쳤다. 성냥갑 강변 아파트를 최대 50층의 초고층으로 재건립하되 최대 40%까지 사업부지를 기부채납 받아 녹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공람 결과 대부분 압구정동 주민들은 서울시 계획안에 완강히 반대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민대표자 회의가 지난달 28일까지 입주민 서면결의서를 받은 결과 92%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0일 서울시의 ‘압구정 지구단위 정비계획안’의 공람이 끝났지만 압구정 주민들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며 한강르네상스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여 압구정 재건축 사업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 |
사업성이나 조합원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25.5%에 달하는 기부채납 비율은 과도하다는게 반대이유다. 시민 모두를 위한 공원 조성 비용을 압구정 주민들에게 부담시킨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현대아파트 주민회 관계자는 “주민들은 2005년 제출한 개발기본계획 변경안과 같은 일반적 의미의 재건축을 원한다”고 말했다.
B공인 관계자는 “기부채납 비율이 그대로 확정되면 조합원 분담금이 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아예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자체 개발을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조합 추진위원회도 설립되지 않은 단계라 움직임이 뚜렷한 것은 아니다”며 “당분간은 새 시장이 재건축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지 주목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안을 예정된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주택본부 김훈 주무관은 “공람 다음 절차인 구 의회 의견청취를 받을 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특별히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난항이지만 압구정 구역의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은지 40년 가까이 되어 재건축이 불가피한 데다 교통과 교육환경, 편의시설, 부촌으로서의 명성 등을 고려할 때 재건축 후 서울의 랜드마크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C 공인 관계자는 “결국 시간이 문제”라며 “많게는 3배, 보수적으로 잡아도 2배까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