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통화중 가장 불안정
제조업 애로사항 1순위
환율 변동성 지적
물가 등 실물경제도 악영향
“좋아졌지만 그래도….”
원화 환율의 지난 10월 모습이다. 지난달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변동성은 G20(주요 20개국) 중 9위였다. 5위 수준이었던 9월에 비해선 다소 나아졌지만, 남아공 란드화, 브라질 헤알화 등 상습적인 롤러코스터 환율 국가를 제외하면 원화 환율의 변동성은 여전히 큰 편이다. 아시아국 통화 중에선 제일 크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원화 환율 변동성은 0.70으로 G20 통화 중 아홉 번째로 컸다.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과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극에 달했던 9월(5위)과 비교하면 원화의 하루 변동폭은 줄어들었다.
지난달 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재원 확대, 유럽은행 자본 확충, 그리스 국채에 대한 민간 손실부담 확대 등이 합의됐고, 국내에서는 한ㆍ일, 한ㆍ중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이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환율변동성’은 해당 기간 달러화에 대한 각국 환율의 전일 대비변동률을 평균한 값이다. 보통 환율 변동성이 0.4 이상이면 기업들의 환리스크가 커지고,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등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원화의 환율 변동성 순위가 9월에 비해선 하락했지만 환율의 급변동으로 인한 기업들의 불안은 여전한 셈이다.
지난달 환율변동성이 원화보다 큰 통화는 남아공 란드(1.35), 브라질 헤알(1.32), 멕시코 페소(1.28), 호주 달러(1.04), 터키 리라(0.92), 러시아 루블(0.92), 캐나다 달러(0.77), 유로존 유로(0.71) 순이었다.
아시아 주요 국가의 환율변동성은 9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원화보다 훨씬 적었다. 싱가포르 달러(0.64), 말레이시아 링기트(0.58), 인도 루피(0.52), 인도네시아 루피아(0.47)가 10~13위를 기록했고, 필리핀 페소(0.36), 태국 바트(0.32), 대만 달러(0.29), 중국 위안(0.14)이 16~19위 수준이었다. 아시아 국가 통화 중에서는 원화가 부동의 1위다.
영국 파운드(0.43)와 일본 엔(0.37)은 14~15위였다.
지난 9월 한때 1195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1110원까지 떨어졌다가,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 소동’이 벌어진 이달 1일부터 다시 올라 3일에는 1129.90원을 기록했다. 4일에는 전날보다 무려 15.4원 내린 1114.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도 문제이지만 원/엔 환율의 급등락도 기업들에겐 치명적이다. 8월 이후 두 달간 17%나 치솟았던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지난달 31일에는 전날보다 22.78원(100엔당)이나 떨어지는 등 요동을 치고 있다.
최근 한은이 밝힌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들은 경영 애로사항으로 불확실한 경제상황, 내수부진, 환율 등을 많이 꼽았다. 그 중 ‘환율변동이 가장 힘들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이 15.3%로 9월보다 5.5%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