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정상영업중인 저축은행에도 불완전 판매된 후순위채권을 환매할 것을 지도하면서 저축은행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재무구조가 우량한 저축은행은 “부실을 떨궈낼 좋은 기회”라며 반기고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저축은행들은 당국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가이드라인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BIS 8% 미만은 대주주가 사줘라”=금감원은 현재 정상영업중인 저축은행이 고객의 후순위채 환매를 신청해 올 경우 크게 3가지 원칙을 세웠다. 감독규정 세칙에 따라 △환매 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 이상을 유지하는 경우 조건없이 승인하고, △환매 후 BIS 비율이 8% 이상 10% 미만인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유상증자를 통해 BIS 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조건부로 환매요청을 승인할 계획이다. 특이할 만한 것은 BIS 비율이 8% 미만인 저축은행이 환매를 요청하는 경우다. 금감원은 환매후 BIS비율이 8% 미만으로 떨어지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대주주가 환매토록 지시했다. 후순위채는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개인간 거래가 허용된다. BIS 8% 미만 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가 경영개선의 책임이 있는 만큼 책임경영 차원에서라도 고객의 후순위채를 인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8% 미만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환매 기피를 막기 위한 ‘채찍’도 준비했다. 후순위채 투자 고객들이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당해 저축은행이 민원인의 소송으로 법적 책임을 물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당해 저축은행에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이 후순위채 환매와 관련해 특별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지를 묻고 있지만 3가지 원칙과 제재방침외에 더 이상의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누구보다 후순위채를 발행했던 당해 저축은행이 가장 잘 알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혼선 막기 위한 환매 원칙 정해달라”=저축은행들은 일단 불완전 판매로 의심되는 후순위채권에 대해선 고객의 의사에 따라 환매를 해주겠다는 방침이다. A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한 만큼 불완전 판매 여부를 조사한 뒤 본인이 원할 경우 환매 가능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은 사실상 손해보면서 후순위채를 판매했기 때문에 환매하면 오히려 부담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연리 8% 이상 조건으로 후순위채를 팔았는 데 이를 조기상환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저축은행은 1,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이후 자금 유동성이 충분해 환매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 잔액이 매년 20%씩 삭감되는 만큼 환매하더라도 BIS 비율에 악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다만 시장의 혼선을 막기 위한 명확한 환매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로 인정되는 후순위채에 대한 환매 원칙이 필요하다”면서 “어떤 곳은 환매해주는데 어떤 곳은 안해준다고 하면 고객들이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완전판매 현황을 파악해 환매 신청을 받더라도 막상 환매요청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후순위채 상품 설명을 들었다고 자필 서명했다면 사실상 환매할 책임은 없다”면서 “고객들도 저금리 시대에 고금리 상품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섭·최진성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