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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 운명 건 국민투표 도박…파판드레우 운명은?
봉건적 민주주의 절대권력자 위기탈출 수법…총리직 사임 리더십 공백 땐 세계경제 나락 불가피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1000억유로에 달하는 2차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고강도 긴축 재정안을 수용하라는 유럽연합(EU) 정상들의 합의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게다가 자신이 제안한 투표를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묻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긴축 재정을 받아들이고 유로존에 남을지, 아니면 그 반대를 선택할지를 국민이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의 이 같은 행동은 유로존 전체와 그리스 국민을 이솝 우화의 ‘여우와 두루미’로 만들어 버렸다.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경찰관, 심지어 판사들까지 재정 긴축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유로존 잔류를 원하는 그리스 국민에게 파판드레우 총리의 제안은 ‘접시에 담긴 물을 주고, 먹든지 말든지 결정하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반대로 독일, 프랑스 등 그리스에 자금 지원을 결정한 이웃 국가들에는 ‘호리병에 담긴 물’을 건넨 것과 같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행위는 ‘봉건적인 민주주의’ 체제의 절대권력자들이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리스는 민주주의 역사의 출발지다. 하지만 현대 그리스 정치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후진적이다. 몇십 년 동안 총리와 장관, 당 대표 등 주요 정치권력을 파판드레우, 카라만리스, 미초타키스라는 3대 정치가문이 독식했다. 현 파판드레우 총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지난 2009년 10월 그리스 국민은 파판드레우를 총리로 뽑으면서 ‘좌파 복지 정책’을 기대했다. 이전 총리였던 카라만리스는 중도 우파의 수장이었으며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다가 파판드레우에게 권력을 넘겨줬다.

하지만 변변한 생산시설이나 일류 기업 하나 없이 오로지 공공부문 지출에만 의존해온 그리스 경제와 그 속에서 나태하게 살아온 국민에겐 좌파든 우파든 강력한 긴축 이외에 대안이 있을 수 없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긴축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잠재우고 재신임을 얻은 뒤 추가 채무탕감안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반대로 국민투표라는 ‘엄청난 일’을 택한 대가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조기 총선 실시 후 리더십 공백이 생겨버리는 건 그리스는 물론 세계 경제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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