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의 디자인 철학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강찬희 롯데건설 디자인연구소장. 그는 아파트의 외관과 인테리어 장식, 단지내 조경,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 주거공간 곳곳에 일관된 디자인적 가치를 심어온 장본인이다. 그가 이 의문에 내놓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변치 않는 것들과 변화하는 것들의 조화가 클래식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캐슬’만이 가진 디자인 철학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외부환경디자인 부분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되 소비자 트렌드와 선호에 맞게 인테리어와 IT기기 등 신제품 도입에는 변화하는 가치를 적극 수용하는 것이 고객들의 꾸준한 관심을 얻어 클래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지난 90년대말 당시엔 아파트에 특유의 ‘브랜드’를 입히겠다는 생각이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그걸 ‘롯데캐슬’이 업계에서 처음 시도한 것이었다. 중세 유럽의 견고한 성곽에서 모티브를 따와 왕족이나 귀족의 낭만적인 삶,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아파트 디자인에 적용해보자는 뜻이었다.
“당시 그룹에서 호텔도 여러곳 운영하고 있었죠. 그럼 아파트도 호텔처럼 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럭셔리한 생활을 은유하는 캐슬이라는 디자인 철학이 자리잡힌 배경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우선 성(城)이라는 이미지부터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애초 생각했던 중세 유럽식의 웅장한 석조건물을 떠올리는 이도 있는가 하면 우리의 전통 왕궁을 연상하는 아이디어도 나왔죠”
기본 컨셉트는 성 자체가 가진 목적에서 나왔다. “침입자를 방어하기 위해 벽을 쌓아올리고 큰 관문을 통해 사람들이 드나든다는 것에 기본 디자인 개념을 세웠어요”
그 첫번째 시도가 아파트 입구의 대형 게이트 문주(門柱)였다. 기존 아파트 단지들도 담장과 입구가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대문’ 역할을 하기엔 부족했다. 강 소장은 “롯데캐슬 단지가 제일 처음으로 개선문에서 착안한 디자인으로 대형 게이트를 도입하면서 다른 단지들도 하나둘씩 차용해 지금은 기본으로 생각하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하나의 문을 쓰면서 같은 단지의 주민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게 하는 컨셉트가 맞아 떨어진 것이었다. 주민들이 소속감을 갖도록 하는 것도 디자인의 일부였다.
강 소장은 롯데캐슬이 앞으로 클래식으로 남을 수 있도록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가 소개하는 재미있는 일화 한토막.
“언젠가 만난 프랑스 작가가 클래식 디자인이라고 설명하는 건물이 그저 반듯하고 대칭의 연속이었어요. 철저한 모더니즘을 표방한 것처럼 보였는데 바로 ‘안정성’이 클래식적 요소라는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았죠”
“캐슬도 편안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품격을 살리는 디자인을 추구할 겁니다”
<백웅기 기자 @jpack61> 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