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 본사에서 2일 열린 삼성사장단회의의 주제는 ‘야구’였다. 평상시 경영 주제와는 거리가 멀지만 프로야구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사장단은 회의를 통해 즐겁게 야구에 대한 대화꽃을 피웠다.
이 자리에는 하일성 야구해설위원이 강연자로 초청됐다. 그가 강의한 주제는 ‘프로야구 600만 관중 성공 비결’.
야구에 관한한 현학적이고 재치있는 입담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의 강연을 사장단은 흥미롭게 경청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날 즈음을 겨냥해 미리 하 위원을 강연자로 섭외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하 위원은 ‘즐기는 승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옛날에는 선수들을 인터뷰하면 한결같이 ‘죽을 각오를 다해 싸우겠다’고 했었는데, 지금 선수들은 ‘그동안 흘린 땀을 있는 그대로 경기에서 다 풀어놓겠다. 즐겁게 하겠다’는 말들을 한다”며 “이것이 베이징올림픽이나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야구 성적을 올린 배경”이라고 말했다.
하 위원은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예도 들었다. 그는 “김연아 선수가 18살때 LA피겨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인터뷰를 했는데, 한 기자가 ‘아사다 마오는 신기술을 갖고 경기한다던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하자 김 선수는 “내가 LA에 온 것은 아사다 마오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4분간 (내가 가진 기술로)즐길 것이다’라고 답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승부는 동기 부여, 목표, 열정이 가르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하 위원은 “승부에 대한 새로운 사고 방식, 새로운 목표 의식, 그것에 대한 열정 등이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기준인 것 같다”고도 했다.
이날 강연에선 프로야구 삼성 우승과 삼성 경영과 같은 이야기는 없었지만 ‘진정한 프로’의 사고와 삼성 경영의 접합점에 대해 사장단들이 누구보다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게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삼성 다른 관계자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과 관련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삼성과 직원들의 사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래 성장동력 창출의 결집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우승 직후 류중일 감독에게 전화를 건 것이나 삼성 고위 임원진들이 경기장에서 응원을 펼친 것도 ‘하나된 마음’의 중요성을 새삼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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