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고 경기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계대출 금리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은행권 및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9월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7.06%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5.81%에 비해 1.25% 포인트 급등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7%대로 뛰어오른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2007년 6.72%였던 신용대출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7.48%로 뛰어올랐다가 2009년 5.96%, 지난해 평균 6.01%로 낮아진 바 있다. 올들어서는 지난 5월 6.91%를 기록한 이후 6월 6.72%, 7월 6.69%로 내림세를 나타내다 8월에 6.88%로 반등한 뒤 9월에 7%대를 돌파했다. 신용대출 중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올 9월 8.27%를 기록해 지난 2008년 8.44%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8%대에 달했다
대출금리 상승 추세는 가계대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총 가계대출의 평균 금리는 지난해 말 5.35%였으나, 올해 9월 말에는 5.86%에 달해 9개월 만에 0.51% 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8월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627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부담이 9개월 새 무려 3조2000억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2009년 말 4.85%, 지난해 말 4.71%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올해 들어 0.52% 포인트 뛰어올라 9월 말 5.23%에 달했다. 이같은 경향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이후 지속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대출금리도 올라가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9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6325억원에 불과했으며 이 기간 금리는 0.2% 포인트 가량 올라갔다. 반면 대기업 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3조원이 넘게 증가했고, 금리는 0.2% 포인트 정도 떨어져 대조를 이뤘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폭을 제한하자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로 옮겨간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경우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가 올해에만 평균 4.4% 오르는 등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마저 높아지고 있어 실제 가계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 게 됐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둔화와 물가상승 속에서 체감경기가 약화되고, 가계의 소득분배 위축 등으로 인해 가계소득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총량규제 및 상환 압력 등으로 대출자들의 원금상환압력이 증가하는 등 가계부채의 질이 취약해졌다”며 “우리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