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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전원생활도 재테크다…시골 땅 거래 ‘바가지’와 ‘눈속임’을 경계하라
#사례1=직장 은퇴 후 청정 오지에서의 호젓한 전원생활을 꿈꾸어온 A씨는 강원도 H군의 한 산골지역을 자신과 가족의 전원 터로 점찍고 몇 달 전부터 땅 물색에 들어갔다. ‘좋은 땅 잡으려면 중개업자를 친구로 만들어라’는 부동산 격언을 되새기며 그는 현지의 한 중개업자와 호형호제 하는 사이가 됐고, 얼마 전 한 물건을 소개받았다.

절친한(?) 중개업자가 전한 매도가격은 2억원. A씨는 그 땅이 마음에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좀 떨어진 곳의 다른 중개업자를 통해 해당 땅의 매도가격을 타진해봤다. 다른 중개업자가 제시한 가격은 놀랍게도 1억2000만원으로 무려 8000만원(40%)이 낮았다. A씨는 최근 1억2000만원에 그 땅을 매입했다.

A씨는 “서로 호형호제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중개업자가 나에게 그렇게 엄청난 바가지를 씌우려 덤벼들지는 정말 몰랐다. 땅을 살 때는 꼭 여러 중개업자를 통해 비교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례2=청정한 자연환경을 갖춘 강원도에서 장래 전원생활을 할 요량으로 땅을 구하고 있던 B씨는 최근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중개업자로부터 “좋은 물건이 나왔으니 빨리 잡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중개업자가 소개한 땅은 길에 접해있고 바로 앞으로 강이 흐르고 있는 1급지였다. 가격은 주변의 다른 땅과 비슷했지만 입지는 훨씬 더 뛰어났다.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놓친다”는 중개업자의 독촉에 B씨는 막 계약부터 하려다가 일단 다른 중개업자에게도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의 말은 B씨의 예상과는 달리 부정적이었다. 그 중개업자는 “언뜻 보면 평당 가격이 주변의 다른 매물과 비슷하고 대신 입지는 더 뛰어나기 때문에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매물의 경우 현장에 가보면 경사도가 심해서 토목공사를 하고 나면 실제 집터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애초 면적의 절반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실사용 면적을 기준으로 한 땅값은 되레 주변 보다 많이 비싸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에 B씨는 현장에 가서 이를 확인하고는 계약을 접었다.

국내외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 하면서 땅 시장 역시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매도 호가의 거품이 조금씩 꺼지면서 꼭 팔아야 할 땅 주인들의 급매물도 더러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매수-매도자의 중간에서 거래를 활성화 시켜야 할 중개업자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이런 기회를 이용해 매수자에게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우려 든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평소 면식이 있고 친분을 유지해온 사람들에게도 매물에 대한 정확한 설명 없이 “무조건 좋은 매물이니 빨리 잡으라”식으로 무책임한 계약을 부추기거나, 아예 땅 주인이 내놓은 가격보다 무려 40%나 비싸게 매수를 유인하기도 한다.

이 같은 터무니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시골 땅 거래의 경우 통상 법정 수수료가 잘 지켜지지 않는 데다 “한탕”만을 노린 일부 중개업자의 과욕 중개행위 때문이다.

시골 땅 거래의 경우 통상 이를 알선한 중개업자는 매수자에게 법정 수수료+알파를 원하지만, 매수자가 법정수수료를 주장하면 이를 받아들인다. +알파의 경우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당초 매도 가격보다 깎아줬거나, 아니면 중개업자가 아껴뒀던 매물을 소개해준 경우다. ‘좋은 땅 잡으려면 중개업자를 친구로 만들어라’는 격언은 바로 이런 우량 매물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를 쌓아둘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중개업자는 매도측 즉, 땅 주인에게는 통상 법정 수수료의 최소 2배에서 많게는 몇 배까지 받는다. 심한 경우 땅 주인이 3.3㎡(1평)당 10만원을 받아달라고 하면, 15만 원 이상 불러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대개 이런 땅은 외지인이 아닌 원주민 소유로 ‘8년 자경‧재촌’의 양도세 면제 기준을 충족시켜 세금 부담이 없는 경우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동네 이장 등 이른바 ‘똠방(무허 중개인)’이 끼어들어 매도가격 거품이 터무니없이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똠방이 개입되지 않는 원주민 매물도 거품이 많이 끼는데, 이는 일부 중개업자의 한탕주의 때문이다. 강원도 P군의 한 중개업자는 “사실 여러 중개업소에 동시에 나와 있는 매물은 가격 비교가 되기 때문에 매도가격을 부풀릴 수 없다, 하지만 각 업소마다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매물은 땅주인이 요구한 매도가격에 더해 50%안팎 부풀리는 사례도 많다. 소위 ‘한탕’을 노리는 것이다.”고 전했다.

최근 땅 거래가 위축되자 일부 중개업자들의 이런 한탕식 매매 알선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매도-매수 양측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중개업자만 배불리는 구조여서 이후 심한 분쟁의 빌미가 되곤 한다.

따라서 땅을 구하는 매수자 입장에서는 섣부른 계약에 앞서 여러 경로를 통해 해당 땅의 가격 부풀리기와 면적 눈속임 등이 없는지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주변 거래된 땅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적정 시세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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