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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 더 용감해지고 싶다”…송혜교 변신의 끝은?
“나탈리 포트만을 보면 저와는 나이도 비슷하고 저 사람이 가는 길이 내가 가고 싶어하는 길이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해요. 할리우드 스타이지만 출연하는 장르도 다양하고 용감하게 선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용감한 선택이 좋아요. 저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지만 일로는 조금 더 용감해지고 싶어요.”

이정향 감독의 ‘오늘’도 송혜교(30)로선 ‘용감한 선택’ 중의 하나가 아닐까. ‘오늘’(27일 개봉)은 소년범에게 약혼자를 잃은 여인 다혜(송혜교)와,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려오며 가족에 대해 이글거리는 분노를 갖게 된 고교생 소녀(남지현)를 통해 ‘용서’의 의미를 되묻는 영화다. 

극중 다혜는 선처를 구하는 ‘탄원’까지 냈던 소년범이 또 다른 죄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범죄에 희생된 이들의 유족을 만나면서 ‘용서’라는 행위에 회의를 갖게 된다. 영화는 이를테면 사형제 폐지 주장이나 가해자의 인권을 배려하는 ‘용서’라는 행위가 혹시 종교나 윤리라는 이름으로 강요된 것이거나 희생자들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작품에서 사랑 받는 귀엽고 청순한 소녀 혹은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의 초상이었던 송혜교의 ‘예쁜 얼굴’은 ‘오늘’에 와선 번민하고 회의하는 자의 민낯이 된다. 


“제가 제 자신으로 30년을 살았지만 연기하는 15년간은 반복되는 이미지나 캐릭터가 많았죠. 제가 모르는 내 안의 또 다른 얼굴과 새로운 면모를 끄집어 내는 감독들과 일을 하고 싶어요. 자기 색깔을 분명히 갖고 있는 감독이요. 그 중의 하나가 이정향 감독이었죠.”

‘황진이’ 이후 송혜교에게 전해져 ‘OK’를 기다리는 시나리오만 수십편이었다. 그 중에선 다른 배우가 맡아 흥행에 크게 성공한 작품도 있다. 아쉬울만할텐데도 송혜교는 “손에서 떠난 것은 작품이든 사람이든 완벽하게 잊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 ‘오늘’은 송혜교 소문만 듣고 먼저 감독에게 연락해 출연을 자청했던 작품이다.

“여자 영화가 별로 없잖아요. 이 감독한텐 워낙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이런 영화를 준비하고 계시더라는 소문이 돌았죠. 그래서 감독께 전화드렸더니 만나자고 하시더군요. 시나리오는 지난해 봄 홍콩에 한달간 체류하고 있을 때 받았고, 읽고 출연하겠다고 했죠. ‘어려운 캐릭터인테 걱정되지 않느냐’고 하길래 ‘다혜를 이해하겠다, 저하고 비슷한 부분도 많다’고 답했어요.”


‘오늘’은 송혜교로선 ‘파랑주의보’와 ‘황진이’, 독립영화 ‘페티쉬’에 이은 4번째 영화다. 영화에서만큼은 로맨스물이 많았던 TV드라마와는 달리 뜻밖의 선택들이 많다. “자신도 모르는 송혜교 안의 어떤 것을 발견해주길 바라는 선택”이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묻어난다.

2008년 TV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국내팬들에겐 인사할 기회가 없었지만 바빴다. 미국 뉴저지에서 ‘페티쉬’를 찍었고 중국 광저우에서 중국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왕자웨이의 ‘일대종사’를 촬영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러브 포 세일’도 그 사이에 있었다. 송혜교는 ‘올인’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의 작품으로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전아시아에 팬이 많다 보니 공식행사는 물론이고 사적인 여행 때도 국경만 넘어서면 ‘파파라치’가 뒤따른다. “억지로 막으면 오히려 악의적인 기사와 사진이 나오기도 하지만 친절하게 대하고 배려해주면 그들도 예의는 지켜준다”는 것이 송혜교의 말이다.

연예계 데뷔 후 어느덧 15년이 훌쩍 갔다. 송혜교는 그동안 젖살이 다 빠졌다. 


“어렸을 때는 멋도 모르고 마냥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을 좋아했죠. 그러면서 한마디를 해도 소년같이, 예쁘게 해야됐고. 때로는 그렇게 예쁜 이미지의 틀에 갇힌 듯했어요. 감정도 혼자 삭혀서 집에가서 혼자 펑펑 울 때도 있었고. 서른이 되고 나니 더 정확히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됐고 갑갑한 마음도 없어졌어요. 20대 시절보다 한 5㎏정도 빠졌을 것 같아요. 젖살이 다 없어졌죠.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한 개인 송혜교, 배우 송혜교를 어렴풋히 느낄 것도 같아요.”

송혜교는 “여배우들이 할만한 여자영화가 많지 않은 게 안타깝다”고 했다. 때로 ‘추격자’같은 영화를 보면서 “만약에 여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아 저런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송혜교는 “영화든 드라마든 내년에는 팬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약으로 한가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의 인터뷰를 맺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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