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테마·상상 입은 ‘서울컬렉션 2012 S/S’…지춘희·손정완·곽현주, 그들만의 색채
트렌드는 과연 실재하는가.지난 17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서울패션위크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며 베일을 벗은 ‘서울컬렉션 2012 S/S’를 들여다보면 이제 유행과 경향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하다. 대신 가치창조적인 새로운 콘셉트만이 런웨이 위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춘계 서울컬렉션에서는 ‘페미닌 스타일’이 그 콘셉트를 달리하는 세 디자이너를 만나 ‘레트로 페미닌’ ‘미니멀 글램룩’ ‘펑키 페미닌’으로 재창조됐다. ‘레드 카펫’ 위 여배우들의 로망을 극대화한 지춘희, 시대를 넘는 ‘공존의 힘’ 을 보여준 손정완, 발칙한 상상력이 그 화려함을 더한 곽현주 컬렉션을 통해 내년 봄, 여인의 향기를 미리 맡아본다.
#지춘희- 욕망조차 우아한 ‘레트로 페미닌’
손태영, 전혜빈, 명세빈 등 패션쇼 가장 앞줄을 가득 메운 여성 연예인의 면면만 봐도 그녀의 명성을 알 만하다. 서울컬렉션 개막일 마지막 쇼를 장식한 디자이너 지춘희의 ‘미스지 컬렉션’에는 장윤주, 송경아, 한혜진, 김원경 등 톱 모델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총 70여벌에 이르는 의상들로 꾸며졌다.
‘바람의 실루엣’이라는 테마조차 우아한 지춘희 컬렉션은 ‘뉴 어스 컬러(new earth color)’인 브라운, 블루, 그린, 그레이 등을 활용해 자연친화적이고 부드러운 실루엣이 돋보였는데, 감춰져 있던 여성의 아름다운 선을 드러내기 위해 허리선을 강조한 드레스들은 여성스러움을 배가시켰다. 여기에 빅 사이즈의 뱅글, 목걸이, 브라운 컬러의 가죽 벨트 등의 액세서리가 더해져 심플한 느낌을 보완했다. 또 조금 과장된 듯한 베이비펌은 전형적인 복고풍을 벗어난 ‘레트로 페미닌’스타일을 완성시켰다.
#손정완- 50~90년대의 공존 ‘미니멀 글램룩’
기존의 우아함과 페미니티는 유지하면서 젊고 스포티한 감각을 더한 이번 시즌의 손정완 컬렉션은 뉴트럴 컬러를 활용해 미니멀한 페미닌룩을 선보였다. 원색컬러를 배제하기로 유명한 손정완은 이번에도 베이지, 크림색 등을 주요 컬러로 선택했으며, 특히 1970년대의 글래머러스함과 레트로 무드를 혼합, 실크와 은은한 글리터링, 시스루, 저지 소재 등 부드러운 소재들을 믹스했다.
특히 정숙한 무릎 길이의 하의와 매치돼 스타일의 반전을 유도한 깊게 파인 상체 라인이 눈길을 끌었는데, 가슴이 훤히 보이는 시스루 드레스는 시선을 상체로 집중시켰기에 주얼리를 전혀 하지 않아도 섹시한 느낌을 주었다. 따라서 과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톤 다운된 메이크업과 단정하게 올린 업 헤어 스타일로 전체 스타일링을 마무리했다.
할리우드 레드 카펫 메이크업으로 유명한 ‘블로우블러쉬’의 이꽃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과감한 의상은 자체적으로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레드 립스틱이나 골드 펄 등의 섀도는 배제하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곽현주- 꽃을 사랑한 고양이의 ‘펑키 페미닌’
현아, 설리, 재경 등 걸그룹 멤버들이 총출동해 포토월에서 열띤 취재경쟁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은 통통 튀는 감각의 곽현주 디자이너. 매 시즌 더욱 화려해진 컬렉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곽현주는 이번 시즌 1970년대 파워풀한 레트로 글램룩에 눈을 돌렸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그녀가 10년을 함께한 고양이 ‘나디아’에게 바치는 쇼였던 만큼, 고양이 울음소리로 패션쇼의 문을 열었다. 고양이 목에 거는 방울을 모티브로 한 장신구들이 그녀만의 발랄한 상상력과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가운데, 쇼의 전반은 소프트한 파스텔 컬러가 주로 사용됐고, ‘롤리타적’인 무드마저 풍겼다. 쇼 후반에는 퍼플과 그린 등이 조화를 이룬 과감한 플라워 프린트가 등장하며 쇼장을 찾은 바이어들과 게스트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또 젊고 발랄한 의상들에 더해, 한쪽으로만 살짝 땋아 늘어뜨린 일명 ‘최강희 머리’는 여성스러우면서도 펑키함을 더해줬다.
<박동미 기자@Michan0821>
/pdm@heraldcorp.com
[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