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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전원명당-35) 봉화군 서벽권역 “백두대간이 품은 청정 십승지…최고의 산림휴양지 꿈꾼다”
경북 봉화하면 지금도 ‘청정 오지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중에서도 봉화군 중북부에 위치한 춘양면의 ‘서벽권역’은 높은 산들이 동서남북에서 팔을 벌려 감싸고 있는 대표적인 ‘청정 벨트’다. 전원생활을 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춘양면 서벽권역은 서벽리, 우구치리, 석현리, 애당리, 도심리 등 5개 리(12개 행정리, 44개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춘양면소재지 일대4개 리를 제외한 지역으로, 춘양면 전체 면적의 약 80%에 이른다.

행정구역상 경상북도인 봉화군 춘양면 서벽권역의 입지적 특징은 강원도에 버금가는 청정 산간지역이라는 것. 실제 권역의 북쪽으로 웅장한 백두대간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걸쳐있다. 권역을 놓고 보면 동쪽에 각화산(1,177m), 서쪽에 옥돌봉(1244m), 남쪽에 문수산(1208m), 북쪽에 구룡산(1344m)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권역 전체가 풍수명당이란 느낌이 절로 든다.

실제로 봉화군 춘양면은 조선 정감록에 나오는 우리나라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다. 봉화군 관계자는 “봉화 춘양면 십승지는 좁게는 애당리 석문동을 일컫지만, 서벽권역 입구 쪽에 ‘석문동천’이란 글귀가 적힌 바위가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춘양면 십승지는 아마도 서벽권역 전체를 지칭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십승지란 경치가 뛰어나고 지형이 좋아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면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바로 전원명당이다.

봉화군 춘양면 서벽권역 지도.

춘양면 서벽권역은 외부로의 통로가 남북을 가로지르는 88번 도로 뿐이다. 면적의 80% 이상이 임야로서 춘양목(금강송)이 생산되는 등 산림자원이 풍부하다. 역으로 평지 및 농경지는 협소하다. 그래서 귀농 보다는 귀촌지로 더 적합하다는 평이다.

남북으로 형성된 긴 협곡의 지형적 특색을 가지며 보통 마을의 표고가 해발 500m 이상으로 고지대에 속한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도래기재를 경계로 북쪽은 남한강 수계인 금정천이, 남쪽은 낙동강 지류인 운곡천이 흐른다.

서벽권역을 마을단위로 들여다보자. 먼저 서벽리(西碧里)는 춘양목으로 잘 알려진 금강송 산지로, 경복궁 등 문화재 보수용으로 쓰이는 수령 20~80년 된 금강송 약 1,500 그루가 지정·관리되고 있다. 마을 앞으로 운곡천이 흐른다. 자연마을로는 꽃마, 수리봉, 말밭둔지, 큰즐, 거리목 등이 있다. 꽃마는 서벽리와 두내로 통하는 삼거리에 있는 마을로, 문수산에서 바라보면 마을이 꽃봉오리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백두대간 도래기재에서 바라본 서벽권역 마을.

도심리(道心里)는 배고개재에서 내려다보면 운곡천 강 건너에 있는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연마을로는 새터, 삼밭골, 배나무골, 숯터골, 당재 등이 있다. 삼밭골은 화전민들이 삼(대마)을 많이 재배하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배나무골은 옛날에 큰 배나무가 있었다 하여 생긴 지명이다.

우구치리(宇龜峙里)는 강원도(영월)와 경상북도의 경계에 있다. 자연마을로는 새터, 상금정, 상시장, 사호, 하금정, 샘골, 와흥 등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금광이 개발되면서 크게 번성했으나, 이후 1970년대 폐광되면서 마을 역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아직도 이곳은 일제시대의 ‘금정’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이는 당시 금광에 물이 많이 차있어서 마치 우물 속에서 금을 캐는 것 같다 하여 금정(金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을이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주변의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도 위압적이지 않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멀리 보이는 산이 옥돌봉.
봉화군 춘양면 서벽권역에서는 사과가 많이 생산된다.

애당리(艾堂里)는 마을 중앙을 가로질러 88번 도로가 지나고 있다. 자연마을로는 배고개, 대티, 수진, 애당, 장암 등이 있다. 애당은 마을의 신을 모셔놓고 마을의 안녕을 빌던 사당이 있었는데, 그 주위로 쑥들이 무성해 쑥으로 싸인 사당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진은 물나들이란 뜻으로, 마을 앞에 큰 냇물이 흐른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석현리(石峴里)는 자연마을로 미곡동, 되매기, 아드뱅이, 한두골, 투구봉, 방우재 등이 있다. 투구봉은 산 모양새가 투구와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투구봉 북쪽에 방우재라는 고령임으로 소천면 고선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옛날에는 보행 대로로 강원도 지방으로 이어지는 암석령임으로 방우재라 한다.

이렇듯 대표적 오지로 꼽히던 봉화군 춘양면 서벽권역은 지난 2006년부터 잘사는 농촌마을, 살기 좋은 농촌마을로 거듭나기 위한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은 생활권이 같은 3~5개의 마을(법정리 기준)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과 잠재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권역의 발전비전과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기초생활 환경정비, 경관개선, 공동소득기반 확충 등 하드웨어 부문과 주민교육, 컨설팅 등 주민역량 강화사업이 함께 진행된다.

한마디로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은 지역주민과 자치체가 국비 지원 속에 자기 주도적으로 농촌 주거환경과 생활을 변화시켜 보다 활력이 넘치고 살기 좋은 농촌마을 조성하는 것이다.

춘양면 서벽권역은 봉화군 최초로 지난 2006년 사업지로 선정되어 총 65억 원을 지원받아 이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주민 커뮤니티센터 및 건강관리시설을 비롯해 소득기반확충사업으로 저온저장고, 공동퇴비사, 공동 집하장, 장류가공시설(솔매된장), 솔잎가공시설 등이 새로 들어섰다. 서벽권역의 새로운 이름 ‘솔빛촌’도 탄생했다.

또 마을 내 전통 숲 가꾸기와 가로경관 조성, 돌담정비, 운곡천변 경관을 정비․개선했다. 아울러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역량강화를 위해 전문가 초청 주민리더 교육, 숲해설가 교육, 목건축 기능교육, 친환경농업 교육 등을 함께 실시해왔다.

서벽권역 종합개발사업은 당초 지난해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기 건립된 도농교류센터가 산림청에서 시행하는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조성사업시설(가칭 수목원방문자센터)로 수용됨에 따라 다시 건립해야하기 때문에 사업기간이 내년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단순히 풍수 십승지에 머물지 않고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통해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서벽권역이 향후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미래 ‘대한민국 최고 산림휴양지’로 거듭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림자원의 보고인 서벽권역에는 총사업비가 2600억 원에 달하는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다.

산림청은 오는 2014년까지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일대를 중심으로 무려 5,179㏊(1567만평)에 달하는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을 완공할 계획이다. 특히 산림청은 오는 2014년 이곳에 백두산 호랑이 한 쌍을 들여와 수목원의 상징물로 기른다는 방침이다.

이미 사유지 보상을 마쳤으며, 서벽리 일대에 들어서는 공사비 1,119억 원 규모의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집단시설지구 조성사업은 곧 입찰에 들어간다. 집단시설지구 조성사업은 서벽리 일원 206만㎡ 터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2만7,611㎡의 교육연구시설 및 부속시설 19개동이 들어선다.

춘양면 서벽권역 주민들은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조성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서벽권역의 최대 강점인 오염되지 않은 청정 생태환경을 십분 살려 다양한 연계사업을 펼쳐 농업 소득 뿐 아니라 농업 외 소득 기반도 크게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춘양면 관계자는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이 조성되면 서벽권역 마을 역시 체류형 관광객 유치, 각종 체험 이벤트 및 교육행사, 산림 특산물 및 농산물 판매 등을 통해 소득 기반이 크게 확충될 것”이라며 “서벽권역은 이 같은 사업의 추진동력인 젊은 인적자원이 많은 편이고, 주민들의 추진의지도 높다”고 전했다.

현재 서벽권역의 주 재배작물은 사과와 버섯, 당귀 등이다. 특히 사과의 경우 권역의 주 소득원이다.

문화재로는 각화사귀부(覺華寺龜趺:경북유형문화재 189), 석현리 3층 석탑, 애당리 사지 및 3층 석탑, 도심리 고분 및 성지(城址), 서벽리 요지(西壁里窯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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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벽권역 종합개발사업 김시우 사무장

“봉화, 춘양의 지역적 강점은 바로 마을을 둘러싼 산림자원입니다. 숲이 인간에 주는 혜택은 쉼, 명상, 느림, 치유 등 참으로 다양하죠. 이를 도시사람들과 함께 나누다 보면 농업 외 소득은 ‘덤’으로 따라온다고 봅니다.”

김시우 사무장
서벽권역 종합개발사업을 줄곧 이끌어 온 김시우 사무장은 청정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림농업’을 거듭 강조한다. 아무리 과학영농, 기술영농이라고 해도 전체 면적의 20%도 채 안 되는 농지에 의존하는 기존 농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서벽권역의 산림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휴양과 치유, 교육과 체험 등의 사업을 통해 농업 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는데 주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미 주도적으로 주민회의와 지역포럼 등을 통해 다양한 지역발전 방안을 도출해 이를 지자체에 건의해오고 있다. 그는 특히 산림청에서 시행중인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조성사업에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솔직히 정부 사업이다 보니 일방적으로 흐르는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와 마을의 사업과 적절하게 연계될 때 오히려 국립수목원 사업도 그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국립수목원 사업에 지역 주민이 참여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함께 힘을 모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김 사무장은 춘양면 서벽권역으로 귀농 또는 귀촌하려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숲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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