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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주의는 합리적 이성에서 나온다?
생각이 같은 집단에 들어가면

극단 치달을 가능성 더 커져

테러·파시즘·부동산 투기…

집단극단화 매커니즘 분석



지난 2005년 콜로라도 주 주민을 대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간단한 실험이 행해졌다. 진보적인 볼더 주민, 보수적인 콜로라도 스프링스 주민을 대상으로 10개 소그룹으로 분류, 동성 간 결혼과 기후변화 등에 대해 15분간 집단 토의를 벌인 후 이전과 이후의 입장을 조사했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볼더 주민과 콜로라도 스프링스 주민 모두 예의바르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했으며, 합리적이고 열성적으로 진지하게 토론에 임했다. 그렇다면 토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이 실험을 실시한 이는 다름아닌 ‘넛지’로 유명한 캐스 R.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다. 그가 주목한 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적, 문화적 극단주의다. 볼더와 스프링스 주민들의 토론으로 돌아가면, 각 그룹들은 토론을 거친 뒤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토론 전에 비해 더 극단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구온난화 국제조약 체결에 대해 볼더 주민들의 지지 강도는 더 세졌으며, 반대로 토론 전 국제조약 체결에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던 보수성향의 콜로라도 스프링스 주민들 대부분은 토론 후 반대 입장이 강해졌다. 동성 간 결혼문제도 마찬가지였다. 토론은 진보 주민과 보수 주민 사이의 간격을 더 넓혀 놓은 것이다.

선스타인 교수는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프리뷰)에서, 사람은 서로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 들어가면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집단극단화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나타나는지, 그렇게 흐르는 메커니즘과 심리적 기전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나쁜 극단주의를 막을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극단화는 왜 일어날까. 어째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극단으로 흐르고 또 어떤 때 극단으로 갈까. 저자는 이 움직이는 힘이 정보에 있다고 본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움직이는 것이다. 어떤 집단의 성향이 살인과 파괴 등 위험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정보가 그런 움직임을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생각에 동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에도 더 극단적인 쪽으로 움직인다. 이는 인터넷이나 일상생할에서 사회적 네트워크가 갖가지 다양한 운동을 만드는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신의 평판 때문에 극단주의로 흐르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회사 동료들이 어떤 특정한 업무방향에 대해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그와 다른 방향은 무시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면, 자연히 동료들의 그러한 편견을 고려해서 행동하게 된다는 말이다.

극단주의는 사회적 폭포현상에 의해서도 부추켜진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A 라는 사람이 제일 먼저 말문을 연다. 그는 부정한 행동이 실제로 저질러졌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그 말을 듣고 B 는 A 의 생각이 어떤지 알게 된다. B 는 자신의 판단이 A 와 다르더라도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 A 의 생각에 동조한다. C 는 두 사람의 의견이 틀렸다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지만 두 사람의 입장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C 는 폭포현상에 휩쓸린다. 나머지 사람들도 C 처럼 할 확률이 높다. 심각한 실책을 저지르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이어지는 것이다.

선스타인 교수는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도 정보의 폭포효과를 통해 설명한다. 부동산 가격이 반드시 오른다는 믿음, 가격 상승 기대감이 가격 급등을 목격한 사람들에 의해 확산되면서 투기 버블이 형성된 결과라는 것이다.

선스타인 교수는 집단극단화의 문제를 정보의 관점으로 푼다. 즉 정보의 다양성이 훼손된 결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극단주의를 막는 방법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점의 다양성을 마련하는 데 주어진다. 또 견제와 균형이 중요한 관점으로 등장한다.

방법론적으로는 공공광장론을 제안하기도 한다. 즉 동질적 그룹내에 갇혀서 활동해 온 여러 무리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펼 마당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기격리를 심화시키는 집단극단화의 조짐을 막을 수 있다는게 그의 결론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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