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영아를 출산한 후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A(16) 양과 김양의 남자친구 B(17) 군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은 중학교 동창인 B군과 사귀다 임신을 했다. A양은 지난해 5월 대전에 있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바로 목졸라 숨지게 했고, B군은 아이의 사체를 대전 시내 모 건물 화단에 버렸다. 두 사람은 “낙태를 하려고 했지만 임신 사실을 너무 늦게 확인해 (낙태를)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최근 청소년 간 이성교제가 늘면서 임신하는 청소년도 증가하고 있지만 출산에 대한 이들의 의식이 그만큼 성숙되지 못한 데다 이들의 임신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축복받지 못하는 분위기여서 출산 후 아기를 버리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일이 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이 학교에서 접하는 교과서마저도 청소년기 임신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하기만 할 뿐 실제 대처요령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여성계와 교육계의 관련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영아 유기와 살해를 공교육이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며 “‘청소년 임신’에 대한 공교육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1일 현재 일선 고등학교에서 사용 중인 보건 교과서에 따르면 ‘청소년기 임신은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학업을 지속할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 해야하며 성장이 억제된다’ ‘10대에 임신을 하면 장애 아이가 태어나기 쉽고 15세 이전 임신은 모성 사망률이 60%이상 높게 나타난다’고 적시했다.
고교 도덕 교과서에도 ‘남자친구와 연애 중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됐다’는 상황에 대해 ‘고등학생으로서 아이를 갖게 된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는지를 말해보자’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렇듯 ‘10대 임신’에 대해 교과서 등 공교육은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다그치기만 했다.
실제로 영ㆍ유아 살해는 최근 3년간 계속 증가(52건→69건→94건)하고 있다. 또 10대 분만율이 높아질수록 10대에 의한 영ㆍ유아 살해 및 유기도 늘어, 이 같은 사건이 전국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청소년기 임신과 출산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취지와 어긋난다”며 초ㆍ중ㆍ고교 교과서 중 해당 내용에 시정 권고를 내렸으나 아직 수정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교육이 성교육이 보다 내실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임신 중절수술을 할 돈이 성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은 후 죽이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며 “공교육의 성교육도 비디오나 교과서에 그치지 말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보건 교과서는 인정 교과서이므로 수정 요구가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학교 성교육에서도 생명을 존중하는 내용을 강조하겠다”고 전했다.
<신상윤ㆍ박수진 기자 @ssy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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