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발생한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최근 미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아더 패터슨이 체포돼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 한국 송환 여부를 두고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홍익대에 다니던 조중필(당시23세) 씨가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검찰은 현장에 있던 패터슨(당시18세. 재미동포)과 에드워드 리(당시 18세. 미군속 아들)를 용의선상에 올리고 수사한 뒤 리를 살인 혐의로, 패터슨을 흉기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리와 패터슨에게 무기징역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고 2심은 리에게 징역 20년을 패터슨에게 장기 1년6개월, 단기 1년의 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듬해 4월 리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으며 1999년 9월 재상고심에서도 검찰의 상고를 기각,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이후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재수사를 벌였으나, 패터슨이 1998년 8·15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당국이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피하면서 사건은 잠정적으로 멈춰섰다.
숨진 피해자는 있지만 단 두 명의 용의자 가운데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던 이 사건은 검찰 내부에서도 ‘검사가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악몽 같은 사건’으로 불렸다.
법원은 당국의 부주의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다며 조씨의 유족에게 국가가 34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당시 잔인하게 살해된 ‘윤금이씨 살인사건’과 함께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으며 2009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주목 받았다.
법무부는 2009년 미국에 패터슨의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으며, 형사소송법상 범죄인이 도피를 목적으로 국외로 출국하면 즉시 시효가 중지돼 살인죄 공소시효 15년은 아직 남아있다.
다만 범죄인 인도를 위한 재판은 통상 시간이 많이 걸려 재판이 얼마나 오랫동안 진행될지, 또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