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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철 출석.. 검찰 조사 빨라지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 정부 고위인사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10일 세번째로 검찰에 출두했다. 이날 오후 2시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들고 서울검찰청사에 나온 이 회장은 기자들이 전날 검찰의 신 전 차관 소환조사에 대해 묻자 “검찰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핵심 쟁점인 금품 수수의 대가성에 대해선 “이미 (대가성이 없다고) 진술했고, 증거대로 이야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지난 7일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전날 소환조사한 신 전 차관의 조사 내용을 면밀히 비교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 주장대로 신 전 차관에게 10여년 간 십억원대의 현금과 상품권 등을 준 사실이 있는지, 또 실제 금품이 건네졌다면 그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나 구명로비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신 전 차관에게 건넸다는 SLS그룹 법인카드를 신 전 차관이 사용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면세점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 등을 광범위하게 확인하고 있다”며 조사가 다소 길어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또한 검찰이 사건과 무관하게 자신의 비자금 의혹을 캐고 있다는 이 회장의 주장에 대해선 “금품수수 사건에서 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이 회장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한 검찰이 이틀 만에 핵심 의혹 당사자인 신 전 차관을 불러 조사하면서 검찰 수사는 빨라지고 있다. 신 전 차관에서 시작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이어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검사장급 검찰 고위인사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등 이 회장의 입이 거침 없어지고 사건의 외연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신속한 수사로 가중되는 부담을 털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9일 오전 검찰에 피내사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17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은 신 전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명절 같은 때 상품권 등을 받긴 했지만 이 회장의 주장처럼 장기간 거액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신 전 차관이 문화부 차관 재직시절 이 회장으로부터 SLS그룹 워크아웃 구명로비와 관련해 돈을 받았다면 알선수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대가성 여부가 신 전 차관의 형사처벌 여부를 가능 핵심 쟁점인 것이다.

그러나 신 전 차관은 검찰에 나오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가 한 일이 죄가 된다면 달게 받겠다”면서도 “그 친구(이 회장)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인이어서 도와주지 못하는 제게 서운했을 수도 있다”고 말해 청탁 같은 부정한 거래는 없었음을 주장했다.

이 회장 역시 신 전 차관에 건넨 돈의 대가성을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흘러간 돈의 사용처와 당시 정황 등을 면밀히 살펴 검찰 스스로 대가성을 밝혀내는 수밖에 없다. 또한 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경선캠프였던 안국포럼에 몸담고 있던 신 전 차관에게 운영비 명목으로 금품을 줬다고 주장한 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은 대가성 여부와 관련 없이 돈이 오간 사실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이 회장이 2006년 10월 이전에 돈을 줬다고 밝혀, 공소시효 5년이 지났다면 처벌할 수 없다.

한편 이 회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수사에 불만을 표시하며 “신 전 차관이 나를 고소하거나 내가 검찰에 구속될 때, 또는 검찰이 축소·은폐하려는 시도를 보인다면 ‘비망록’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비망록에는 신 전 차관과 박 전 차관 등이 아무도 모르게 어딜 다녀온 이야기, 검찰 이야기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고 이 회장은 밝혔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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