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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이 파업한다...파업 근로손실일수 14년래 최저치
파업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보다 30% 정도 파업이 줄어든 것은 물론, 그 강도를 나타내는 근로손실일수는 14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투쟁적 노사관계를 합리적 노사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시행된 유급 노조전임자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제도가 안착하면서 ‘파업이 파업’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올해 발생한 파업은 총 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발생한 68건보다 30.9%나 낮은 수준이다. 또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37만7088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39만3276일보다 4.1% 감소했다. 9월초까지만 하더라도 근로손실일수는 지난해보다 많은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한진중공업, SC제일은행 등 대규모 사업장의 파업 인원이 줄어들면서 전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역전됐다. 일평균 1000일을 상회하던 근로손실일수도 하루 평균 300~400일 정도로 줄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기록한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 13년래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근로손실일수는 51만1000일로 전년 대비 18.5% 감소하면서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일 평균 300~400일 정도의 근로손실일수 수준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말에는 40만일 초반대를 기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파업이 감소하는 추세는 사실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노조 전임자의 수가 크게 줄어드는 타임오프가 시행되는 상황에서도 양 노총의 총파업은 성사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앞서 쌍용자동차나 철도노조 파업 휴유증이 크게 나타나면서 실제 파업에 돌입하는 데 현장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화된 것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합리적 노사관계 지표 가운데 하나인 노동위원회 조정성립률도 지난해보다 훨씬 높은 상황을 기록 중이다. 지난 7월말 기준으로 사건 접수건수가 448건으로 전년 동기 425건에 비해 23건이나 많은 상황이지만, 조정 성립률은 69.9%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3%포인트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 측에선 현장 노사갈등은 조기 수습 등 미봉적 해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이 지켜지는 올바른 해결 기조를 견지함으로써 강경 노동운동 노선의 한계가 부각되고, 현장 근로조건 개선 중심의 실리적 노동운동으로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위원회 조정성립률이 증가하는 것과 함께 노사협력선언 사업장도 지난해 2107건으로 78%나 늘어난 데 이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1955건에 이르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노동운동이 투쟁일변도로 흐르면서 진보로 각인되지 않고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타임오프와 복수노조는 합리적 노동운동의 기반을 제공했고 협력적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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