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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현장, 고용유연성 제고 없으면 기업경쟁력 저하 불가피
이탈리아 최대 완성차 업체 피아트가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 고용유연성 제고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고용유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기업들이 경기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려워져 글로벌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고, 피아트처럼 극단적인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 발목 잡는 낮은 고용유연성=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르지오 마치오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1월 이탈리아 최대 고용주 단체인 이탈리아산업총연합회를 탈퇴키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고용유연성이 떨어져 이탈리아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라고 FT는 설명했다.

피아트는 즉각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이탈리아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 이탈리아를 떠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충격은 컸다. 고용유연성은 피아트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이 당면한 고민거리다. 낮은 고용유연성은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경쟁력을 상실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경직된 고용관계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은 현대자동차 사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2009년 미국 자동차 컨설팅 업체인 하버컨설팅이 발표한 자동차 업체별 조립생산성(HPV) 비교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국내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는 31.3시간이 걸렸다. HPV가 가장 낮은 미국 포드의 21.7시간보다 44%, 미국 판매 상위 7개사 평균인 23.7시간보다 32% 오래 걸렸다.



이처럼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현대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낮은 고용유연성 탓이라는 게 주된 분석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 국내공장의 HPV는 31.3시간인 반면 해외공장은 21.9시간이었다. 국내공장 생산성은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중 최하위인 반면 해외공장은 포드에 이어 2위였다.

현대차 국내공장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 많은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라는 증거는 더 있다. 전체 직원 중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인력 비율을 나타내는 편성효율을 보면 현대차 국내공장은 53.2이고 해외공장은 88.9였다. 국내공장에서는 정규직 100명 중 53명만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반면 해외공장은 89명이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유연성 제고 없으면 고용시장 위축 불가피=우리나라 고용유연성이 낮은 데는 정치권, 시민단체, 노동계가 가진 고용에 대한 이중성이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 절실한 고용유연성 제고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직원을 과하게 늘리면서 경쟁력을 갖추라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기업 노무담당 임원은 “정치권과 노동계가 기업의 사정은 외면한 채 사내하도급 직접고용 확대와 같은 주장을 하면서 동시에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라고 요구한다”면서 “이는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펼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노동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면 공장자동화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어 국내 고용사정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고용유연성을 대폭 끌어올린 덕에 경쟁력을 갖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 세계 2위 완성차 업체 폴크스바겐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고용유연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져야 하고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용유연성 제고는 불가피하다”면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정책을 기반으로 하되 당사자 간 계약에 의해 자유로운 고용관계가 유지되도록 하고 정당한 해고사유를 명확하게 해 고용조정이 용이하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충희 기자/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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