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영화감독, 팝아티스트, 그리고 캐릭터 디자이너. 문화 컨텐츠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6일 ‘iDEA 헤럴드 디자인 포럼’ 세번째 세션은 문화와 디자인이라는 주제 하에 정준모 큐레이터, 심재명 명필름 대표, 최상현 캐릭터 디자이너, 마리킴 팝아티스트가 연사로 나섰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른 이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키워드는 역시 ’디자인’이었다.
정 큐레이터는 단상에 서자마자 청중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큐레이터는 무엇을 하는 직업입니까?”. 그 질문에 대해 정 큐레이터 자신이 제시한 답은 “큐레이터는 디자이너다”다.
정 큐레이터는 이날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는 “큐레이터란 처음에는 황제나 권력자들이 개인적으로 모은 물건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키퍼(keeper)’로 불렸다”며 “나중에 물건 분류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점차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의 큐레이터는 단순히 물건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장품 보관과 수집을 위해 연구하고 조사하며 소장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기획하는 문화계의 디자이너”라고 정리했다.
영화인으로서 디자인포럼 무대에 선 심재명 대표는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적절한 디자인 선택’을 들었다. 영화가 담고 있는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풍부한 색감을 사용하고 동양화의 느낌을 주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 연필 데셍 레이아웃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영화기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의 중국 진출을 앞둔 그는 “디자인 활용을 통한 한국만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해외에서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를 탄생시킨 공신도 디자인이었다. 세 번째 발제자인 ‘뽀통령’의 아버지 최상현 디자이너는 “저는 디자이너로서의 색깔이 없는 사람”이라며 “고객들은 새롭지만 친근한 것을 만들어달라는 모순적인 요구를 하기에 내 색깔을 갖고 있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색(無色)’이 되기로 결심한 그가 디자인한 캐릭터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신이 작업한 휘센 에어컨 광고의 로봇디자인을 소개하던 그는 “고객이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계속 질문을 던졌다”며 자신만의 디자인 노하우도 밝혔다.
뽀로로도 그런 노력의 산물이었다. 뽀로로 첫 방송이 나갈 때 화장실에서 울었다는 그는 “신입 디자이너로서 뽀로로 개발에 우연히 참여할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며 “1년 동안 개발해 만든 캐릭터 가안 5가지를 유치원생들에게 들고가 인기도를 검증했다”고 말했다.
최근 가수 2NE1의 앨범 작업을 맡아 더욱 유명해진 팝 아티스트 마리킴은 예술과 디자인의 차이점을 “예술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디자인은 그것을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과 디자인의 임무는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그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은 그의 작품인 ‘EYE DOLL’ 시리즈에 잘 나타나있다. 킴은 유독 눈이 큰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않냐”며 “캐릭터가 달라져도 심리적 상태와 내면은 가식적으로 꾸밀 수 없다는 것에 착안한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한ㆍ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