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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언피니시드’, 마침표 없는 세계 최강 비밀 조직의 ‘미션’과 비밀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새로운 헤게모니의 축이 된 미국, 소련, 영국은 일명 ‘소리없는 전쟁(Silent War)’이라 불리는 스파이 전, 즉 첩보 전쟁에 주력했다. 독일의 압베어(Abwehr Military Intelligence Unit)가 보여준 전방위적인 정보수집 능력이 1, 2차 대전을 치르는 동안 고전을 배가시켰기 때문이었다. 제국주의 몰락 후, 미국의 CIA와 구 소련의 KGB, 영국의 SIS 등 강대국들은 정보기관, 혹은 첩보 업무를 강화했고, 이들 기관들의 비밀 활동과 소속 인물들은 소설, 영화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가 됐다. 

동토로 불리던 구 소련의 첩보기관조차 할리우드의 단골로 등장했던 것에 비해, 미국의 우방중의 우방인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위키리크스 줄리언 어샌지가 언급하기 전까지는 대중들에게 다소 낯선 이름이었다.

오는 6일 개봉하는 존 매든 감독의 ‘언피니시드(원제:The Debt)’는 모사드 요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보기 드문 액션 스릴러다.

영화는 출판 기념 파티장과 베를린을 넘나든다. 두 공간은 30년이라는 시차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종이의 앞장 뒷장처럼 ‘위선’과 ‘진실’을 살짝 보여준다. 노년의 레이첼(헬렌 미렌)은 딸이 어머니의 영웅담을 그린 출간기념회에서 30년 전의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작전 당시를 회상한다. 베를린에서 젊은 레이첼(제시카 차스타인)은 함께 미션을 수행할 동료 요원 데이빗(샘 워싱턴)과 잔뜩 긴장한 채 접선하지만, 이내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또 다른 요원 스테판이 기다리고 있는 안전 가옥으로 향하는 장면이 교차한다.

모사드 요원인 세 사람의 임무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태인을 대상으로 잔인한 방법으로 생체 실험을 감행한 보겔 박사를 찾아내 나치 전범으로서 재판을 받고 죄상을 세상에 알리는 것. 흰 가운과 미소로 끔찍한 생체 실험을 했다가 2차 대전 후 34년간 남미 지역을 전전긍긍하며 숨어 살다 결국의 의문의 익사체로 발견된 요제프 멩겔레, 마취없이 유태인의 장기를 적출하고 심장에 휘발유, 독극물을 주사했다가 종전 후 행적을 감췄다가 사망한 아리베르트 하임같은 인물이다. 보겔 박사를 이스라엘로 데려가는 게 모사드의 목적이다. 그러나 작전을 코 앞에 두고 레이첼, 데이빗, 스테판 사이에서는 미묘한 감정이 흐른다. 작전 수행일을 앞두고 긴장한 레이첼은 데이빗에게 기대고 싶어하지만, 정작 그녀에게 관심을 끌고 싶어했던 현실적이고 열정적인 스테판이 내민 손을 잡고 만다. 1997년 현재. 전범 보겔 박사 처단 작전이 책으로 출간된 날, 오랫동안 종적을 감췄던 데이빗이 다시 나타지만 갑자기 사고를 당한다. 레이첼에게 영웅이라는 이름을 얻은 대신 치러야할, 피할 수 없는 미션만 남겨놓은 채.

‘언피니시드’는 이스라엘 영화 ‘Ha-Hov’를 리메이크한 작품, ‘영웅 탄생’의 천국 할리우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우상과 위선, 양심과 진실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품고 있으면서도, 단 한 번의 작전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긴장감과 속도감을 유지한다. 드라마에 빠져있다 스릴러물임을 잊으면 결정적인 장면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 단 헬렌 미렌과 젊은 레이첼, 데이빗, 스테판이 보여주는 이스라엘 특공 무술 크라브마가의 위력적인 기술과 작전 지시 외엔, 세계 최강 비밀 조직인 모사드 조직에 대해 지나치게 중립적으로 어정쩡한 묘사를 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10월 6일 개봉



이경희 기자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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