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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머니스토리> 국민이 시위대신 택한 안철수…‘安風의 힘’국내증시 버팀목?
정경유착(政經有着)은 나쁜 뉘앙스가 강하다. 하지만 정경불이(政經不二)는 다르다. 요즘 상황에서 절실하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대응은 아주 중요하다. 올 초 불기 시작한 자스민혁명의 바람은 유럽의 긴축 반대 시위와 폭동을 거쳐, 최근 미국의 반(反)월스트리트 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통점은 한결같이 경제가 어렵거나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한 곳들이다. 사회와 정치가 안정되지 않으면 경제도 없다.

도대체 정치나 사회가 증시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겨지지만, 사실 꽤 관계가 깊다.

증시가 대폭락했던 2008년은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가 거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락의 주원인이었지만, 툭하면 불거지는 ‘○월 대란설’도 시장의 불안을 부채질했다. 사회가 불안하다 보니, 효과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정책은 힘이 없다.

2011년 한국 사회는 극도로 불안하다. 일반 국민들은 사교육비와 고물가, 가계빚 등 생활고에 허리가 휜다고 한다. 지난 2년간 돈을 많이 번 기업들은 악화되는글로벌 경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권력다툼이 한창이다. 설마 무슨 일이야 벌어지겠냐 싶지만,몇 달 전 벌어진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요구 시위는 우리 사회도 언제든 ‘일촉즉발’일 수 있음을 확인해줬다.

그런데 이 같은 ‘일촉즉발’을 흡수해 준 게 바로 안철수 신드롬이다. 거리시위 대신 국민들이 택한 것이 바로 ‘안철수’라는 상징물이다.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이를 경제적으로 해석해보면 안철수 연구소의 사회환원은 옅어져가는 대한민국의 ‘기업가 정신’ 부활을 촉구한다. 또 의사, 재벌 등 안락한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은 양극화 해소의 실천이다. 국민들이 기업인에, 정치인에, 그리고 스스로에 바라는 모습과 안철수 교수는 가장 닮아있다.

그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무상급식 투표의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의 선택적 복지,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가 정면출동하는 ‘포퓰리즘 전쟁터’가 됐을지 모른다. 세계적 경제위기가 한창인데 여야가 포퓰리즘 정쟁에 빠진다면 경제에 좋을 리 없다. 모건스탠리도 얼마 전 내년 한국 대선에서 포퓰리즘의 득세가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으로 증시와 외환시장이 연일 출렁이고 있다. 다시금 외환보유고와 채권만기, ‘○월 위기론’ 등 2008년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가불안에다 가계부채 문제까지 겹쳐 위기탈출의 난이도는 2008년보다 더 높다. 국민생활과 금융시장 안정 모두를 위해 정책에 대한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17세기 일본의 유학자 오규 소라이(荻生徂徠)는 논어(論語) 이인(里仁) 편 ‘군자회덕 소인회토(君子懷德 小人懷土)’를 “정치를 하는 자(군자)들이 덕을 생각해야, 백성들(소인)은 땅(경제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설은 아니지만, 의미심장하다. 안철수 신드롬은 바로 이 군자회덕의 촉구다.

<글로벌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
/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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