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가격이 5억3000만원에 달하는 독일 벤츠사의 최고급 명차 마이바흐의 고장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차량 수입업체는 소유주에게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9년 7월 중견 건설업체 K사 대표 A씨는 마이바흐를 몰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의 시동이 갑자기 꺼지고 에어백도 터지는가 하면 워셔액도 뿜어져 나온 것. 화가 난 A씨는 2년 전 차량을 구입한 S자동차에 항의했고, 원인규명과 조치를 요구했다. S사는 일단 차를 회수해 벤츠에 사고조사를 의뢰했고, 외부업체의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다가 차량 배선이 손상된 게 원인이이서 벤츠는 보증수리를 해줄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S사는 결국 내비게이션 설치업자와 배상책임을 놓고 법적공방을 벌어야 했다. 그러는 동안 이 마이바흐는 차고에 방치됐고, 이듬해 6월에야 배선수리를 마치고 K건설 측에 차량을 가져가라고 통보했다.

수리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 받아야 한다고 판단한 K건설은 S사를 상대로 5억7000만원을 배상액으로 한 소송을 냈다. 하루 렌트비 160만원을 기준으로 삼은 액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김종근)는 “S사는 9400만원을 K건설에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지연이자를 합하면 배상액은 1억원에 이른다.

재판부는 “K건설이 이 자동차를 장기간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 고장 책임소재를 놓고 S사가 내비게이션 업자와 법적 분쟁을 벌였기 때문”이라며 “S사는 K건설 쪽 책임으로 지연된 기간을 제외하고 10개월간 차량을 방치함으로써 생긴 성능감소 손해와 교환가치(중고가) 감소분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