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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김형곤 문화부장] 이수만을 정책조정회의에 불러라
오리콘 차트가 이젠 낯설지 않다. 한때 빌보트 차트에만 익숙했던 기성세대들조차 일본 오리콘 차트가 귀에 익어간다. 일본 열도를 심심찮게 뒤흔드는 K팝의 인기를 가늠할 잣대인 셈이다.
최근 만난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본지 10월 6일자에 관련 ‘휴먼다큐’ 게재 예정)는 K팝 열풍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단언했다.
친분이 두터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초청으로 얼마 전 일본 도쿄돔에서 K팝 공연을 관람했다는 송 대표는 “문화는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으로, 한국 가요는 적어도 아시아에선 최고 수준이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도 곁들였다. 그가 1981년부터 KBS에서 ‘밤을 잊은 그대에게’ 프로그램의 DJ를 맡았을 당시 하루 저녁에 10곡을 틀면 8곡이 팝송이었다고 회고했다. 아메리칸 팝이 비록 가사는 잘 몰랐지만 뭔가 세련되고 멜로디도 좋았다는 것인데, 지금 아시아에선 K팝이 꼭 그렇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K팝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나름의 전략도 치밀했고 주효했다. 물꼬를 튼 것은 보아였다. 보아는 무국적 콘셉트로 상륙했고, 일본인들도 보아를 굳이 한국인으로 여기지 않았다. 2005년 데뷔한 동방신기부터 전략은 달라지기 시작해 소녀시대로 넘어오면서 완전히 탈바꿈했다. 현지화를 통한 ‘데뷔’가 아닌, 국내 시스템으로 제작된 콘텐츠로 ‘진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K팝의 파급효과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하지만 K팝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지원은 아직 바닥 수준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월 대중문화산업팀을 신설하는 등 나름 시작에 나섰지만 부처 대부분은 남의 일일 뿐이다.
이 시점에서 경제정책조정회의(5일부터 위기관리대책회의로 환원)에 이수만(SM)ㆍ양현석(YG)ㆍ박진영(JYP) 등 국내 3대 연예기획사 대표를 초청해보자.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각 부처 장관들이 머리를 맞대는 경제정책조정회의는 그간 많은 어젠다에서 외부전문가들을 초청,자문을 구하고 정책에 반영해왔다. 영화 ‘도가니’를 관람한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 K팝 공연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에 대중음악 전용공연장을 마련했다며 크게 홍보했다. 이곳에는 스탠딩까지 포함해 3000석 이상의 자리를 갖췄지만 정작 기획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유는 제대로 된 공연을 하기에 시설이 역부족하다며 지붕을 최대 단점으로 꼽았다. 몇 톤에 달하는 조명시설과 함께 소녀시대가 몇 번 선보인 공중 와이어 공연 등을 위해서는 별도로 기둥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기획사 측의 설명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K팝의 찬밥 신세는 여실히 드러났다. 문화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중음악 지원 예산은 15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30억원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이 중 해외진출 지원은 고작 3억원에 불과했다.
K팝 공연을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것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는 공연 ‘난타’는 외국인의 인기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K팝에 열광하는 또는 전략적 접근이 가능한 지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코리안 뮤직벨트’도 구상해봄 직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해당 공무원들이 볼 필요가 있다. 티켓 사서 K팝 열광의 도가니에 한번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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