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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변호사의 TV꼬리잡기]분노의 ‘도가니’와 기본권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네요. 이번 칼럼에서는 조금은 정치적인 주제인 ‘기본권’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1987년 헌법, 보통 직선제개헌이라고 부르죠. 그 이후 정치적 민주화가 상당히 진행되었지만,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서 기본권에 대한 침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사건들과 관련해 살펴보죠.

최근 개봉한 영화 ‘도가니’로 장애인 인권침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청각 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사건, 이를 저지른 교사와 은폐에 가담한 교사와 교장, 진심어린 사과 한번 없었던 사회복지법인 등이 장애인 아동의 인권을 철저하게 유린했습니다.

2005년 당시 PD수첩을 통해서 방송된 이후 관심에서 멀어지는가 싶더니 공지영의 소설과 영화 ‘도가니’를 통해 재조명 되면서, 형사재판에서의 불충분한 처벌, 관련자들의 복직 등을 뒤늦게 알게 된 국민들의 울분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많은 논란을 부른 배우 한예슬씨의 촬영거부 사건도 사실 연예인에 대한 기본권 보장이 불충분했던 점도 큰 원인이 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회당 3,000만원씩이나 받으면서 며칠 밤샘 촬영이 뭐 그렇게 문제냐, 다른 배우들은 더 힘든데 왜 너만 불만이냐’등의 반응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돈 많이 준다고 며칠씩 잠을 잘 수 없는 스케줄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인 발상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도 피곤에 찌든 상태로 좋은 연기를 하기엔 한계가 있고 사고의 위험까지 있을 수 있어 좋은 작품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시청자의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것이죠.

대스타도 견디지 못할 정도의 드라마 제작환경과 대우라면, 크게 뜨지 못한 배우나 보조출연자 등 다른 연예인들의 기본권은 어떠한 사정에 있을 지 쉽게 짐작이 될 것입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출연료, 기한 없는 촬영대기는 물론이고 식사와 잠자리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입니다.

또한 얼마 전 영원한 국민투수 ‘최동원’씨가 투병중 별세를 했는데요. 당대 최고의 투수였던 그가 팀을 떠나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최동원씨 본인은 최고의 투수여서 경제적으로 괜찮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2군 선수를 비롯한 프로야구 선수 대부분은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든 경제적 상황과 어려운 훈련 환경에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구단 대부분이 대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지위는 너무나 열악했던 것이지요. 이에 대해 프로야구단 운영이 적자이므로 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한계가 있다는 주장으로 구단들은 입을 맞춘 듯 했습니다. 결국 최동원씨가 동료들의 ‘기본권’을 위해서 선수협을 창시하기에 이르렀고, 구단의 미움을 사서 비자발적인 트레이드를 당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요즘의 이러한 기본권에 대한 관심이 순기능으로 이어져야 할 텐데요. 영화 ‘도가니’가 불러일으킨 장애인 성폭력범죄에 대한 엄벌, 성폭력범죄에 대한 공소시효폐지,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가중된 감시의 필요성은 이미 문제가 된 지 오래였습니다. 드라마 제작 환경의 무리한 촬영일정과 비주류 연예인들에 대한 처우 문제도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었구요. 프로야구 선수협은 출범하여 꽤 세월이 흘렀으나, 대리인제도의 미실시 등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자극적인 사건들이 터질 때만 반짝하는 분노가 아닌 실질적인 결실이 이루어지는 의미 있는 ‘분노’와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르기를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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