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교통사고로 수의학도였던 딸을 잃은 50대 학부모가 딸의 모교에 딸 이름으로 장학금 1억원을 기부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건국대 수의학과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8월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유혜선(당시 25세) 씨의 아버지 유한욱(55) 씨와 어머니 황명숙(51) 씨는 딸의 사십구재(5일)를 하루 앞둔 4일, 김진규 건국대 총장을 찾아 수의과대학에 딸의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1억원을 기부했다.

유 씨 부부는 딸이 내년 2월 수의학과 본과를 졸업하면 미국 유학을 보내주기 위한 학자금에 사고보상금까지 더해 학교 측에 전달했다.

아버지 유 씨는 “딸은 어릴 때부터 강아지와 고양이 등 동물은 물론 가축을 좋아해 동물들을 치료하는 수의사를 꿈꿨다”며 “못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이뤄주고, 딸의 발자취를 동기와 후배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유 씨는 평소 딸이 공부하던 전공 서적과 도서들도 학교에 기증했다.

고인이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8월. 수의학 예과 2년과 본과 4년 등 6년간 학업에 정진하며 내년 초 졸업과 유학을 앞두고 있던 유 씨는 미국 수의사시험을 치른 뒤 친구 3명과 공중방역근무의로 근무하는 동기들을 격려하기 위해 강원도 고성에 다녀오는 길에 차량 전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유 씨는 내년 2월 수의학과 본과를 졸업하면 미국에 유학하고 수의사로 취업도 할 예정이었다. 사고가 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미국 수의사시험 합격 통지를 받아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