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올밴’ 우승민, “나는 자유를 얻은 백수!”
일주일에 딱 한 번 뿐인 스케줄이 사라졌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로 인한 후폭풍은 ‘무릎팍 도사’의 고정출연해온 ‘올라이즈 밴드(All Lies Band)’ 우승민에게도 돌아갔다. ‘단벌 추리닝’ 차림으로 방청객처럼 말없이 앉아있다가 시청자에게 ‘빵 터지는 웃음’을 안겨줬던, 가끔씩 툭툭 던지는 촌철살인의 참견도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지난 2007년 1월부터 5년 가까이 다녔던 ‘출근지’가 없어진 요즘 ‘올밴’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우승민은 ‘무릎팍 도사’ 마지막 녹화 후, 적잖은 시청자들이 잊고 있는 본업인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요즘 이달중 발표할 새 앨범 녹음중입니다. 다섯번째 내는 정규 앨범이라 10곡 정도 수록할 예정이예요.”

올해는 데뷔 10주년이니 기념음반도 되는 셈이다. 그는 궁상맞은 트레이닝복을 벗어던지고, 찢어진 청바지에 후드티 차림에 흰색 소형승용차를 직접 운전하고 약속 장소에 나왔다. ‘뚜벅이’로 유명했던 그가 최근 운전을 하게 된 데에는 ‘특급 비밀’이 숨어있다. 


“영화 ‘고지전’에서 ‘전선야곡’을 불러 관객을 울렸던 남성식 역할 제의를 받고, 험난한 촬영지를 다니는데 남의 신세만 질 수 없어 부랴부랴 운전 면허부터 땄죠. ‘무릎팍도사’ 출연과 영화 촬영 스케줄을 맞추기가 어려워, 결국 ‘고지전’에는 출연하지 못했지만...”

오너드라이버가 됐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자친구와 얼마 전에 헤어져 ‘신사도’를 발휘할 기회가 사라진 것. 우승민은 올해 세 번의 ‘이별’을 경험했다. 여자친구와의 결별, ‘무릎팍도사’,두 달 전에는 소속사와도 계약이 만료돼, ‘완전 외톨이’가 됐다. 세상 물정 모르는 우승민이 주위의 권유로 얼떨결에 이 회사와 계약했다가 한달 수입 200백만원 정도의 출연료를 차압당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한동안 생활고를 겪었다.

“어머니가 부산에서 올라와 몰래 찔러주는 용돈이 한때는 생활비의 전부였던 적도 있어요,”(웃음). 어머니는 목사인 아버지를 비롯해 법조계 고위급 인사, 대학교수 등 일명 ‘사회 지도층 인사’가 즐비한 집안에서 ‘집 나간 아들’이 밥이라도 굶을까봐 종종 상경하신다.




작사, 작곡, 반주까지 모두 혼자 해내는 ‘원맨밴드’인 그는 주로 집에서 일을 하는 편인데다, ‘무릎팍도사’ 녹화 일정도 없어 요즘에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함께 나온 지인은 앞으로 “쌀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한동안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귀뜸했다.

지인들 사이에서 ‘기인’‘짚시’로 불리는 그답게 4년여간 그를 유명인으로 만들어준 프로그램 폐지가 얼마나 서운하냐는 질문에 “자유를 느낀다”고 대답했다. 하루 14시간 취침, 왠만하면 집밖에 나가지 않는게 ‘올밴’의 ‘생활 방식’이다. 스스로 밝힌 대로 ‘소심한 A형’답게 누가 먼저 전화를 걸어 불러내지 않으면, 며칠, 몇 달이고 문 밖에 나갈 일이 없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오지랖을 보일 때도 있는데, 영화, CF 출연은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 탓이다. 유명세에 비해 턱없이 ‘저렴한’ 출연료가 그의 성격을 말해준다.

무명 밴드인데다 숫기까지 없는 그를 처음 TV로 끌어들인 이는 ‘무릎팍도사’의 연출자인 임정아 PD였다. 임 PD는 ‘무릎팍도사’ CM송을 만들어 달라더니, CD로 보내겠다는 그를 설득해 출연자에게 노래를 가르쳐줘야 한다며 스튜디오로 끌어냈다. 우연히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를 듣고 이미 우승민을 간파한 임 PD는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된다”며 방석을 하나 내줬다. 이 기발한 ‘가만히 앉아있는 방청객 콘셉트’는 시청자를 즐겁게 했고,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까지 올밴을 붙들어 앉힌 것이다. 가만히 앉아있는게 불편해 투덜거리며 던진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의도치 않게 성공적인 괴짜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사실 포크를 바탕으로 한 귀여운 CM송이 ‘올밴’의 트레이드마크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설가가 바로 그다. ‘올라이즈 밴드’라는 밴드명부터 심상치 않듯, 10년 전에 발표한 1집은 ‘F워드(F Word)’의 결정체다. 수록곡 24곡 중 4곡을 제외한 곡들이 ‘방송금지곡’. 한없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래,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래가 있는 반면, 위선에 가득 찬 세상을 향한 독설로 가득찬 노래들은 ‘무릎팍도사’에서 종종 보여주는 엉뚱하고 귀여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면을 보여준다.


평생 반전운동을 한 ‘밥 딜런’의 영향을 받아 기타를 잡고 노래하기 시작했다는 우승민의 음악 멘토는 김민기, 한대수다. 다양한 장르를 활용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략 그의 음악 성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생관도 남다르다. ”인생이란 하나님이 내게 준 휴가같은 것”이란다. 어떤 질문을 해도 그는 뼛속까지 보헤미안 기질을 드러낸다.

앞으로 계획과 본업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거침없이 “나는 백수”라고 대답했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ic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