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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은 길따라 끝없이…가을 서정 만나는 2번 국도 여행
올레길 열풍이 불면서 여기저기 둘레길이 생기고 이름 없던 길들에 이름이 붙었다. 바야흐로 ‘길의 시대’다.

그런가 하면 이름 없는 길, 그냥 지나쳐갔던 길들도 있다. 2번, 58번, 1118번…. 그 길들은 여전히 이름 대신 단조로운 번호를 달고 서 있다. 바로 국도다. 고속도로만큼 빠르지도 않고 둘레길처럼 서정적이지도 않은 듯 보이지만, 이 길을 둘러싸고 보고 듣고 느낄 것들이 적지 않다.

길은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과정이다. 목적지만을 향해 눈 귀 닫고 내달리다 보면 노정을 즐길 수 없다. 인생과 닮았다. 2번 국도. 그중에서도 진주~하동 구간은 아기자기한 서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격전의 역사 뒤로하고 평화로이 선 진주성=진주와 하동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이라면 단연 남해고속도로다. 느리게 가며 뭔가 담아가길 원한다면 2번 국도를 택하는 게 좋다. 남강을 향해 굽어 선 진주성의 정경과 진양호의 노을을 즐길 수 있다. 2번 국도는 전남 신안이 기점이다. 목포, 광양을 거쳐 경남 하동, 사천, 진주, 창원, 부산으로 이어진다. 대개 왕복 4차로 이상의 고속화도로. 그중에서 신안군 구간과 하동읍~사천시 곤명면 구간 등 일부는 왕복 2차로라서 더 아기자기하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서진주IC를 빠져나오면 10분 거리에 진주성이 있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진주 목사 김시민이 왜국을 격파한 진주대첩의 터다. 격전의 역사를 품은 여기는 지금은 되레 평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성을 거닐고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에 제격이다. 진주성 안에는 촉석루와 의암, 김시민장군 동상, 국립진주박물관이 있다. 촉석루는 영남 제일의 누각으로 꼽힌다. 고려 고종 28년(1241) 창건해 임란을 겪은 이곳은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가 1960년 복원됐다. 토요일 오후에 들른다면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열리는 상설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진주검무, 한량무, 진주교방굿거리춤이 흥에 겹다. 촉석루 아래로 내려가면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몸을 던진 의암을 볼 수 있다.

▶붉은 물감 풀어놓은 듯 아스라한 진주성 노을=촉석루와 의암을 봤다면 국립진주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겨도 좋다. 건물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올림픽주경기장, 경동교회 등을 설계한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고(故) 김수근 선생의 작품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건물은 진주성 전체와 잘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진주성 관광을 마치면 길을 타고 서부경남권의 유일한 인공호수인 진양호로 간다.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이 일품. 맑은 날 해질 때 전망대에 오르면 호수 위로 붉은 물감이 스민 듯한 절경을 만나게 된다.

진주를 벗어나 사천시 곤명면에 들어선 후 58번 지방도로로 살짝 빠져 5㎞가량 가면 봉명산 다솔사에 닿는다. 신라 지증왕 때 창건된 다솔사는 자장율사, 의상대사, 도선국사가 수행 정진한 곳으로 유명하다. 근대문학사의 명소이기도 하다. 만해 한용운은 이곳에서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했고, 김동리는 단편 ‘등신불’을 썼다. 적멸보궁 안에 든 와불상, 김동리 선생이 야학수업을 했다는 대양루, 부처의 사리를 모신 사리탑, 만해가 머문 응진전, ‘등신불’의 산실인 안심료 등을 천천히 둘러본다.

지리산을 끼고 하동으로 넘어오면 북천면 직전리다. 경전선 열차가 지나는 간이역인 북천역은 9월 말~10월 초면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피어 장관을 이룬다.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하동읍에 닿으면 천연기념물 제455호 하동송림, 섬진강과 하동읍을 내려다보는 하동공원을 들르자. 하동송림은 조선 영조 때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소나무 숲. 섬진강 백사장을 곁에 두고 산책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타도 좋고 솔숲에 누워 단잠을 청해도 그만이다. 강 건너편은 전라도 광양이다. 2번 국도는 그곳으로 이어진다.

임희윤 기자/imi@heraldcorp.com

사진ㆍ도움말=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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