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리먼사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3년전 위기의 주범이었던 부동산대출과 개인부채는 옷만 바꿔입고 정부부채로 옮겨갔을 뿐, 결국 ‘과도한 부채’라는 문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기때문이다.
하지만 3년 전과 비교할 때 위기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눈에 띄게 외환시장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고ㆍ수출지역 다변화 등은 안정적인 구조로 재편됐기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무역수지와 단기부채 비중 등 여러가지 지표들을 들어 지난 2008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경제규모가 늘면서 총외채 규모는 늘었다. 하지만 채무건전성의 중요 기준인 총외채중 단기채무의 비중은 낮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단기외채 비중은 ▷2008년 2분기 48%▷2008년 3분기 51%를 넘었지만 최근에는 36∼3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외채의 상당부분이 조선사들이 수주 증대에 따른 외환 헷지를 위해 거래하는 선물환 매매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서 악성채무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물경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무역수지도 아직까지 선전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매달 20∼4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이뤄왔지만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7월 72억 달러에서 8월 8억 달러로 급감, 글로벌 재정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는 “8월 우리 수출의 증가세(24.3%)가 여전한 가운데, 수입이 급증(26.7%)한 것으로 조사돼 아직 글로벌 재정위기의 영향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수출과 수입에서 미국과 EU 등 주요 선진국들의 비중도 낮아졌다. 2008년 한해 동안 미국과 EU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 13.8%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각각 9∼10%, 10% 전후로 축소됐다. 대신 그 자리는 중국과 중남미 등 신흥 성장엔진으로 메꿔졌다.
외환보유고도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7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3121억 9000만달러. 2008년 말 2012억 달러보다 50% 이상 증가한 셈이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과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수출 위주로 짜여져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한국 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31%로, 아시아 국가 중 대만(32%)과 더불어 최고 수준이다. 그 외 싱가포르(23.7%), 태국(20.7%) 등이 20% 대였다. 또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무역의존도가 87.9%에 달해 우리나라는 벨기에(214.0%), 네덜란드(143.2%), 아일랜드(109.0%), 룩셈부르크(98.0%)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높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