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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이후 한국 경제 변수는?
글로벌 재정위기의 발발로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환경들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800조 가계부채’와 ‘5%대 소비자물가’는 어려운 한국경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우울한 단어들이다. 하지만 9월말∼10월 초에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전세계적인 경기부양과 마찬가지로 G20 국가들의 정책 공조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급격한 침체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에도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5%대 소비자 물가 향방은=“물가가 복지다”라는 말처럼 물가는 실제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7일 김중수 한은총재가 4%물가목표가 쉽지 않다고 밝혔듯이 올 하반기에도 정부 목표치(성장률 4.5%, 물가 4% 수준)를 지키기가 만만치 않다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특히 8월 소비자물가에서도 유가와 신선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이미 4%에 진입해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또 하반기 서울시 버스ㆍ지하철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이 기다리고 있는 등 물가인상요인이 산재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전기요금은 정부의 전기요금 조정에 따라 지난해 같은달보다 2.0% 올랐다. 시내버스료는 7월에 작년 동월 대비 5.4% 상승한 데 이어 8월에도 5.6% 올라 5%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시내버스료가 5%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지난 2008년 3월(7.1%)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체 공공서비스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7월 1.5%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8월에도 1.4%를 나타냈다.

다만 추석이후 쌀을 비롯한 각종 채소류ㆍ과일류 등이 본격 출하되면서 5%대까지 치솟은 소비자 물가는 통계상 하향세를 보일 전망이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배추의 10월가격은 작년보다 60%. 9월대비 20% 이상 싸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와 당근, 양배추 등 채소류 전반이 지난해보다 출하량이 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쌀 생산량이 10년이래 가장 적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 429만5000t보다 1.2~4.0% 감소한 412만4000∼424만4000t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들어 이어진 쌀값 강세에 정부가 2010년 산 쌀 비축분을 모두 방출했기 때문에 쌀값이 오름세를 보일 경우 예상보다 그 폭이 더 클 수 있다.

▶리비아사태 마무리ㆍ세계경기 침체로 기름값 떨어지나=떨어질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기름값도 하반기에는 하향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유는 두가지다. 선진국의 경기 침체와 리비아 사태의 조기 종식 등의 영향으로 원유 공급이 과잉될 것이라는 전망이 배경이다.

씨티그룹은 올해 원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109달러에서 106달러로 하향 조정했고, BNP파리바도 내년 미국 유가를 10달러 내린 107달러로 전망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는 계속되지만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것이다.

우선 글로벌 재정위기로 전세계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속에 석유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석유전문지인 PIW는 올해 OECD의 원유 수요가 2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300백만 배럴이 급감한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지만 선진국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로 보인다.

전세계 자원의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원유 수요도 줄고 있다. 중국의 지난 6월 원유 수요는 909만배럴로 작년보다 0.6%, 5월보다는 4% 감소했다.

아울러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리비아사태가 조기 종식됐다는 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는 석유매장량 8위의 산유국으로 내전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15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업계에서는 리비아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리비아 석유 생산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국제유가는 하락 압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며 “하지만 리비아 정국이 안정되지 못하고 석유 생산 재개도 미뤄지면 국제유가가 오히려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외경제 상황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미국 경기부양책과 유럽 각국의 정책적 대응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요 국가들의 변동성 지수는 장기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상황이다. 프랑스 의회가 유로존 최초로 그리스 지원안을 의결했지만,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이르게는 9일 예정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 어떤 카드들이 언급될지가 실타래 처럼 꼬인 글로벌 경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수출도 ‘빨간불’=선진국 경기둔화의 영향이 점차 두드러지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수출이다.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워낙 높기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에 불과했다. 1분기 성장률 0.8%에서 대폭 하락한 수치다. 미국도 지난달 새로 생겨난 일자리에서 사라진 일자리를 뺀 `순 신규 고용’이 ‘0’으로 집계돼 전 세계에 충격을 불러왔다.

한국에도 그 전조가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 7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7월 72억 달러에서 8월 8억 달러로 급감, 글로벌 재정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8월 우리 수출의 증가세(24.3%)가 여전한 가운데, 수입이 급증(26.7%)한 것으로 조사돼 아직 글로벌 재정위기의 영향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체로 휴가가 몰려있는 8월을 앞두고 7월에 수출 선적을 앞당겨 하기 때문에 ‘7고, 8저’ 현상이 있는 것”이라며 “일시적인 하강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글로벌 재정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무리라는 시각이다. 실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위기 발생이후 3개월이 지난 뒤 국내 수출입 동향에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꺽어지기 시작한 미국ㆍ유럽 경제의 영향이 우리수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2분기 연속 낮은 경제성장율을 보이며 침체의 모습을 보이던 미국 경제 위기가 대 미국 수출 증가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 미국 수출증가율은 ▷5월 24.4% ▷6월 11.4% ▷7월 2.5% ▷8월 -5.9%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대 EU 수출의 경우도 ▷5월 7.4% ▷6월 -10% ▷7월 -15% ▷8월 7%로 나타나 완연히 수출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같은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2010년 수출 비중 24%)과 아세안(수출비중 11.4%) 등이 아직 건재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재정위기의 영향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대 중국ㆍ아세안 수출은 올해 들어서도 수출이 계속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재정위기가 미치는 영향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지웅ㆍ홍승완 기자/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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