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이어 우리투자證도…정부 소유 증권사 유증 본격화
대우證 1조4000억 유증증권가 “ROE훼손 불가피”
혹평 쏟아지며 주가 급락
우리투자證 분리매각설까지
대규모 증자는 되레 부담
대우증권을 필두로 우리투자증권까지 정부 소유 대형증권사들의 유상증자가 본격화됐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에 따른 프라임브로커(PB)업무를 위한 자격을 갖추기 위한 ‘묘수’라는 자평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못해 매섭다. 당장 돈 되기 어려운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주주이익보다는 ‘대형증권사 육성’이라는 정부의 전시성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꼼수’란 평가다.
8일 증시에서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모두 폭락이다. 특히 무려 1조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대우증권에는 증권가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이 10%도 안 되는 마당에 자본을 더 늘리면 주주이익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목표주가도 일제히 하향이다.
박선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PB 자격요건 3조원을 넘기고도 1조원이 남는 대규모다. 주당순이익(EPS) 41.8% 희석으로 주가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은행(IB) 산업은 수익성이 부진하고, 헤지펀드 시장도 아직 전망이 뚜렷하지 않다. 정부가 증권사 각종 수수료 인하 압력을 가하고 있고 금리 하향추세로 이자이익 감소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KTB증권은 “신주발행가가 불확실하고 유상증자 대금의 사용처도 불분명하다”며 투자의견을 일시 중단했다.
이처럼 득보다는 실이 많다보니 증자 배경으로 산은금융지주의 속내를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철호 한국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주주보다는 대주주인 산은지주의 입장에서 내려졌다고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지점영업력이 더 강한 대우증권 지분확대를 위해서 유상증자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증자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해 이를 산은지주가 인수할 경우 현재 39%인 지분율이 IFRS기준 자회사 편입기준인 지분율 50%를 넘길 수 있다. 대우증권의 실적을 고스란히 산은지주 재무제표로 가져오는 셈이다.
은행 인수ㆍ합병(M&A) 등을 위해 돈을 쌓는 바람에 산은지주의 자기자본(3월 말)은 17조2706억원이지만, 순이익은 9085억원으로 ROE는 5.26%에 불과하다. ROE 5%대인 곳에 자본을 묶어두느니, ROE 8~9%대의 대우증권에 맡기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수신기반이 적고, 투자처도 다양하지 못하지만, 대우증권은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완화, IB 규제완화 등의 수혜를 입으며 다양한 수익원 접근이 가능하다.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대우증권 ROE가 현 수준에 못미치면 손해지만, 대주주인 산은지주 입장에서는 증자대금의 수익률이 6%만 넘어가줘도 남는 장사다.
반면 5000억원 이상의 증자를 추진 중인 우리투자증권의 사정은 좀 다르다. PB업무 수행을 위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넘기는 것 이상의 증자가 어렵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8일 “5000억원 이상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ROA가 낮은 것도 증자규모를 키우기 어려운 이유다. 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과제가 여전하고, 우리투자증권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이상의 대규모 증자는 되레 부담이 될 수 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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