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으로부터 매일 아침 그날 찍을 시나리오를 받아요. 내일 무엇을 어디서 찍을지 아무도 모르죠. 지금 촬영하는 상황이 전체 극 가운데 어떤 시점의 무슨 맥락에서 나온 건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홍상수 감독을 만나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배우로서 큰 행운이고 좋은 배움의 기회죠.”
홍 감독의 12번째 영화인 ‘북촌방향’은 한 영화감독이 서울 북촌에 사는 선배 감독을 만나러 올라왔다가 겪는 며칠간의 해프닝을 그린 작품이다. 우연처럼 반복되는 만남과 사람들, 술자리, 농담, 이야기들이 경쾌하게 펼쳐져 쉼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찌질한’ 욕망과 속물근성이 그려내는 인류학이 홍 감독의 초기 작품이었다면 편수를 더해갈수록 그의 작품은 우연, 반복, 차이, 기억, 재현 등의 키워드로 아이러니한 삶과 일상의 총체를 마치 ‘즉흥곡’처럼 그려나간다. 유준상은 홍 감독의 영화적 여정의 동반자로서 매력적인 ‘화학적 결합력’을 보여준다.
최고의 TV스타일 때는 ‘인기’를 몰랐고, 무대에서 정상일 때는 뮤지컬의 판세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준상은 “돌이켜보면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기 때문에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국의 영화, 방송, 공연계가 가장 신뢰하는 배우가 됐다. 유준상은 홍 감독의 차기작 ‘다른 나라에서’와 비와 공연한 ‘비상: 태양가까이’의 촬영을 마쳤다. 또 민병훈 감독의 ‘터치’를 찍고 있으며 오는 11월엔 뮤지컬 ‘삼총사’의 앙코르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