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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3부 전원일기<21>청산에서 만난 느릅나무 연리지와 장수목 전나무
강원도 첩첩산중에서의 산골 생활은 도시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자주 선사해준다. 특히 깊은 산속에서의 각종 나물·약초·열매 채취, 그리고 오랜 세월의 풍상을 이겨낸 장수목과 기기묘묘한 나무들과의 만남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평균 해발이 650m에 달하는 홍천군 내면, 그 중에서도 오대산 등 백두대간에 둘러싸인 명개리 일대는 이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청정특구다.

최근 몇몇 지인과 명개리 일대를 두루 둘러보다 깊은 산속에서 ‘느릅나무 연리지(?)’를 만났다. 연리지(連理枝)란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연인 사이 혹은 부부애가 진한 것을 비유한다. 말하자만 사랑을 상징하는 나무다. 예전에는 효성이 지극한 부모와 자식을 비유하기도 했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는 ‘장한가(長恨歌)’에서 당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을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라고 읊었다.

홍천군 내면 명개리의 느룹나무 연리지
마치 연인 또는 부부가 입맞춤을 나누는 듯 하다.

우리나라 연리지로는 경북 청도군 운문면의 소나무가 유명하며,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의 소나무도 연리지로 알려져 있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에는 동백나무 연리지가 있다.

홍천군 명개리의 느릅나무 연리지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사랑하는 연인 또는 부부가 서로 껴안은 채 애틋한 입맞춤을 나누고 있는 듯하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다소 미완성의 연리지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랑나무’로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잠시 후 도시에서는 갈수록 보기 어려운 장수목 전나무를 만나는 행운도 잡았다. 전나무는 한국이 원산지로 일명 ‘젓나무’라고도 한다. 이는 식물학자 이창복이 전나무에서 젖(우유)이 나온다고 해서 전나무를 젓나무로 고친데서 비롯되었다.

도시에서는 공해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장수목 전나무.

전나무는 전국의 깊은 산에 자생하며 추위에 강하다. 전나무가 도시에서 점차 사라지는 것은 공해에 약하기 때문. 역으로 청정한 산골에서는 잘 자라 전원에 어울리는 나무다.

이정표 없는 산행 길에서 만난 연리지와 장수목. 이 또한 청정 산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원생활의 즐거움이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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