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에 맞춰 차량 구매에 가장 먼저 연비를 살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업체도 경쟁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하며 연비 향상 경쟁에 뛰어들었다.
좀 더 가볍게 차를 만들고, 좀 더 멀리 갈 수 있게 심장을 업그레이드한다. 외형 디자인부터 엔진까지 연비 향상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 업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0㎞/h, 연비를 가리키는 숫자의 경쟁 뒤에는 훨씬 더 치열한 기술 경쟁이 숨겨져 있다.
한국지엠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쉐보레 말리부는 외관 디자인에서 부터 연비 향상을 고민했다. 그 결과 개발된 게 제너럴모터스 100년 역사상 가장 낮은 공기저항지수를 기록한 공기역학적 외관 디자인이다. 이를 위해 400시간 이상 풍동 테스트 및 미세조정 과정을 거쳤다는 게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할 때 에너지의 약 60%가 공기저항으로 손실된다. 때문에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이 곧 연비 향상과 직결될 수 있다. 한국지엠 측은 “말리부의 공기저항지수를 향상시켜 고속도로 기준 약 1.1㎞/ℓ의 연비가 향상됐다”고 밝혔다.
기류가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사이드미러와 디자인을 설계했고, 전면 하단의 그릴 셔터도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자 자동 개폐된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연비 향상의 핵심은 역시 엔진이다. 현대차의 엔진 역사를 살펴봐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연비는 높이고, 배기가스는 줄이고’. 이게 엔진 역사의 트랜드다. 현대는 1991년 알파를 시작으로 엔진 기술 자립을 시작해 베타, 입실론, 델타, 시그마, 쎄타 등 수없이 많은 단계를 거치며 계속 발전해 왔다.
지금은 GDI엔진과 터보 기술이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가솔린 직분사방식(Gasoline Direct Injection)인 GDI엔진은 연료가 연소실에 직접 주입되는 기술이며, 연소효율이 높아 같은 양의 연료로도 더 많은 힘을 얻어낼 수 있다. 여기에 배기가스 압력을 활용해 연소실에 높은 밀도의 공기를 주입하는 터보 기술까지 더하면 터보 GDI 엔진이 된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엑센트, 아반떼, 쏘나타, 벨로스터,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포르테, 쏘울, K5, K7 등 주력 모델에 모두 GDI엔진을 탑재했다. 쏘나타나 K5, 스포티지R은 터보 GDI엔진도 넣었다.
쏘나타를 예로 들면, 쏘나타 2.0 터보 GDI 모델은 최고 출력 271마력, 최대토크 37.2kg.m의 높은 성능을 갖추면서도 12.8㎞/ℓ의 연비를 달성했다. 기존 2.4GDI 모델에 비해 최고 출력이 35%, 최대토크 46% 가량 향상됐으면서도 연비는 비슷한 동력성능을 보여주는 3000cc 이상 준대형 차종의 연비보다 뛰어나다. 터보차저 기술이 도입되면서 GDI엔진의 경제성을 보유하면서도 기존 엔진 못지 않은 성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폭스바겐의 블루모션도 친환경 차량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는 TDI 엔진과 블루모션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차량을 서보이고 있다. 제타 1.6 TDI 블루모션은 이산화탄소배출량이 121g/km, 연비가 22.2km/ℓ다.
차량 무게도 연비의 핵심 요소다. 핫 스탬핑공법은 고온에서 철강소재를 도장 찍듯 프레스로 성형해 강판을 제조하는 공법. 이 같은 고강도 차체 부품을 써서 강판 강도를 높이니 충돌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뉴 아우디 A6에 알루미늄 하이브리드 부품을 사용했다. 스틸과 알루미늄을 조화한 부품으로 기존 모델보다 105㎏ 차체 무게를 줄였다. 신형에서 연비가 향상된 것도 엔진 성능 강화와 함께 차량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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